마린보이 박태환 '아시아의 왕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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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식을 앓던 '약골 소년'이 아시아 스포츠를 정복했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 수영 자유형 200m와 400m,1500m에서 금메달을 따내 3관왕에 오른 박태환(17·경기고)은 15일(한국시간) 삼성 MVP 선정을 위한 기자단 투표 결과 869표 가운데 231표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99표에 그친 중국의 체조 4관왕 양웨이를 여유 있게 제치고 '별 중의 별'로 뽑히는 영예를 안았다.
3위는 인도의 사격 3관왕 라나 자스팔(96표)이었고 중국 여자 수영 팡지아잉(85표), 중국 육상 스타 류시앙(32표)이 뒤를 이었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부터 도입된 삼성 MVP에 한국 선수가 뽑힌 것은 박태환이 처음이다.
MVP 상금은 5만달러다.
박태환은 금메달뿐만 아니라 자유형 100m 은메달과 남자 400m·800m 계영,400m 혼계영에서 동메달 3개를 보태 총 메달 7개로 이번 대회 출전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메달을 목에 걸었다.
자유형 400m와 1500m에서는 각각 1분47초12와 14분55초03으로 아시아 신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주목할 만한 건 1500m에서 '마의 15분' 벽을 넘어섰다는 점.수영 역사를 통틀어 1500m를 15분 내에 끊은 선수는 박태환을 포함해 호주의 장거리 최강자 그랜트 해켓(14분34초56) 등 18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동안 아시아 선수들은 신체가 서구 및 아프리카계 선수들보다 왜소한 탓에 육상과 수영 등 기초 종목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으나 박태환은 자유형으로 세계 최강자들과 어깨를 나란히했다는 점이 이번 MVP 수상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박태환이 이처럼 성공한 것은 수영 선수로서 여러 가지 장점을 타고났기 때문.천식을 고치기 위해 다섯 살 때 물 속에 처음 들어간 박태환은 3년이 지나지 않아 자신의 장기를 하나 둘씩 드러내기 시작했다.
물에 잘 뜨는 부력과 군더더기 동작이 없는 유연성,하루 8시간의 강훈련을 소화해 낼 수 있는 지구력 등이 그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소년 체전에 출전하면서 또래 선수들을 훌쩍 넘어섰던 그는 대청중 3학년 때 최연소로 2004년 아테네올림픽 대표로 뽑혀 주목받았지만 첫 올림픽 무대에서 부정 출발로 실격당하며 아픔을 곱씹어야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당시 화장실에 두 시간이나 숨어 눈물을 흘리며 좌절했던 박태환은 다시 일어섰고 한국 및 아시아 수영의 역사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국내 대회에서는 한국 신기록 작성 릴레이를 펼치며 1인자로 우뚝 섰고 세계 쇼트코스(25m) 대회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수차례 거머쥐며 월드 스타 반열에 올랐다.
특히 지난 8월 캐나다 범태평양수영대회에서 자유형 400m 및 1500m 금메달과 200m 은메달을 따내며 아시안게임 3관왕 꿈을 한층 키웠고 결국 꿈은 현실로 찾아왔다.
이제 박태환은 세계 수영계로 헤엄쳐 나가기 위해 벼르고 있다.
내년 3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리는 세계수영연맹(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있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도 노리고 있다.
아테네의 절망을 딛고 아시아 최정상에 오른 '약골 소년'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다시 한 번 금빛 물살을 가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