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만기가 5~30년인 장기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안정적 수익 기반 확보를 위해 브로커리지 외에 자산관리 영업을 확대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고객들의 자산관리를 위해서는 단기 고위험·고수익 상품은 물론 장기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상품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령화사회 진입과 교육비 및 주택 마련 비용의 증가,평생 투자의 개념 확대 등도 이 같은 장기 상품 개발의 촉매로 작용하고 있다.

◆만기 10년 이상 장기 상품 잇따라

우리투자증권이 최근 판매를 시작한 '한국 라이프사이클펀드'는 미국 라이프사이클 펀드 시장의 50%를 장악하고 있는 피델리티 펀드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만기가 2010년부터 매 5년 간격으로 2035년까지로 설정돼 있다.

초기에는 주식투자 비중을 높여 수익률을 극대화하고 만기가 다가오면 채권 비중을 늘려 안정성을 확보하는 펀드다.

현재 피델리티의 라이프사이클 펀드인 '2010년 목표펀드'와 '2020년 목표펀드'는 HSBC은행이 판매하고 있다.

삼성증권이 판매 중인 삼성투신운용의 삼성웰스플랜 등도 이와 유사한 형태의 장기 상품으로 꼽을 수 있다.

미국의 경우 1996년 10%에 달했던 라이프사이클 펀드 가입 비중은 2005년 48.5%까지 올라가 한국도 향후 라이프사이클 펀드의 비중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장기 연금 상품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삼성증권은 최근 '삼성인덱스 연금 주식투자신탁 1호'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주식 주가지수선물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투자,코스피200지수 수익률의 95%를 목표로 하며 일정기간 적립 후 연금을 수령하는 형태의 펀드다.

일반 주식형 펀드의 경우 투자 시점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지만 이 펀드는 매월 일정 금액을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까닭에 수익률 급변의 단점을 줄일 수 있다.

적립 기간은 최소 10년 이상이다.

우리투자증권도 최근 '우리Wm 연금신탁' 상품을 선보였다.

분기별로 300만원 이내에서 자유롭게 입금한 후 적립 기간이 지나면 55세 이후부터 5년 이상 연금 형태로 수익금을 받아가는 구조다.

미래에셋의 '라이프사이클 연금투자신탁'은 가입자의 연령대별로 5가지 상품으로 구성돼 있으며 적립 기간은 최소 10년 이상이다.

오희열 우리투자증권 영업전략 담당 상무는 "글로벌 증권사들의 펀드 상품 포트폴리오에는 대부분 라이프사이클 펀드가 포함돼 있어 장기 투자 고객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며 "국내 증권사들의 장기 상품 출시는 이 같은 라인업의 확충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프사이클 펀드의 경우 은행 등의 장기 상품과 달리 주식 비중을 높임으로써 주가 상승 때 투자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특징도 갖고 있다.


◆주식형 펀드도 장기화

주식형 펀드의 장기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상품은 '한국밸류 10년 투자펀드'다.

한국밸류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이 펀드는 지난 4월 출시 이후 최근 설정액 3000억원을 돌파하면서 펀드의 개념을 바꿔 놓았다.

한때 수익률이 저조했지만 최근 안정적 성과를 내면서 연기금도 돈을 맡기고 있다.

3년 내 환매할 경우 이익금의 70%를 수수료로 받음으로써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했다.

이 펀드는 저평가된 우량 종목에 투자해 적정 수익에 도달하면 이익을 실현하고 이를 재투자해 복리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증권이 선보인 베트남 적립식 펀드도 5년간 환매를 제한받는 장기 주식형 해외 펀드다.

이 펀드는 베트남 증시에 상장된 주식과 상장 승인이 난 기업의 주식에 투자한다.

증권사들의 랩 상품도 장기화하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이 판매하는 명품랩은 운용기간이 5년 이상이며 우리투자증권의 연금형랩도 투자기간이 5년이다.

굿모닝신한의 명품랩은 과거 10년간의 주가를 분석,대물림할 수 있는 20개 종목을 편입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증권사들은 또 세제 혜택이 주어지는 장기주택마련 펀드도 판매 중이다.

세대주이면서 18세 이상 무주택자 또는 전용면적 25.7평 이하(공시가격 3억원 이하) 1주택 보유자만 가입할 수 있는 주택마련 펀드는 절세형 장기 투자 상품으로 꼽힌다.

7년 이상 적립식으로 투자하면 이자소득세를 면제받고 5년 이상 가입하면 납부한 돈의 40% 이내(최대 300만원)에서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대표적인 상품은 대한투자신탁증권의 '스마트플랜장기주택마련 혼합 K-1'과 우리투자증권의 '프런티어장기주택마련혼합',삼성의 '삼성장기주택마련혼합' 등이 있다.

정부도 증권사들의 장기 상품 수요 확충을 위해 자본시장통합법에 다양한 장기 금융상품 출현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장기 투자자를 위한 증권사들의 다양한 상품이 더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