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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론] '반기문 유엔시대'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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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金 暎 浩 < 성신여대 교수·국제정치학 >

    반기문 사무총장이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취임선서식을 갖고 역사적인 한국인 사무총장 시대를 열었다.

    60년 전 한국은 유엔 감시 아래 자유선거에 의해 탄생해 유엔총회의 승인에 의해 성립된 국가다.

    한국의 탄생을 선언한 바로 그 유엔 총회장에서 이뤄진 그의 취임 선서는 그래서 더욱 역사적이고 뜻깊다.

    또한 이 장소는 북한의 남침에 의해 한국의 운명이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위기에 처했을 때 한국을 구하기 위해 유엔군 파견이 결의됐던 곳이기도 하다.

    유엔의 도움으로 탄생한 국가의 외교관이 유엔 수장(首長)의 지위에 올랐다는 사실은 유엔의 역할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탈냉전 시기에 국제기구로서 유엔의 유용성에 여전히 희망을 갖게 해주는 사건이다.

    반 총장 시대의 개막은 한국의 국가적 위상이 더 이상 유엔의 수혜국 지위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 평화,발전,인권을 위해 국력의 수준에 맞는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하는 지위로 격상되는 것을 의미한다.

    반 총장 취임을 계기로 우리 국민들은 국가적 위상 변화를 자각하고 유엔분담금,유엔평화유지군,저개발국 지원,인류보편적 가치인 인권 문제 등에 더욱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유엔의 도움이 없었으면 한국은 오늘날 세계 10위권의 국력을 갖춘 국가로 발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한국이 유엔의 활동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배은망덕(背恩忘德)한 행위다.

    유엔이 직면하고 있는 수많은 난제들에 비춰볼 때 세계 평화와 빈곤 해소를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사무총장의 지도력이 절실히 요청되는 때다.

    그 지도력은 국제정치 현실에서 힘의 분포상태와 국제평화의 명분을 어떻게 조화시키고 회원국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국제연맹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유엔은 국가들 사이의 힘의 우열을 고려해 안보상임이사국 중심의 체제를 갖추고 있다.

    코피 아난 전임 사무총장은 트루먼 대통령 기념도서관에서 행한 재임 마지막 대외 연설을 통해 미국의 일방주의 외교노선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유엔의 창설에 주도적 역할을 한 미국은 냉전체제의 붕괴와 함께 제국적 위상의 힘을 갖는 국가로 등장했고 60년 전보다 훨씬 덜 유엔을 필요로 하게 됐다.

    미국의 일방주의적 경향과 유엔의 세계평화 조정 역할을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 것인지가 '반기문 유엔 시대' 성공 여부의 관건이 될 것이다.

    반 총장은 국제분쟁의 현장을 방문해 국제여론을 환기시키는 데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가 취임 후 첫 번째 공식 방문지로 수단의 다르푸르를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은 이 점에서 고무적이다.

    다르푸르에서는 지금까지 20만명에 달하는 대량학살이 일어났다.

    피비린내 나는 수단의 내전은 유엔평화유지군의 대폭적 증강을 통해 반드시 종식돼야 한다.

    또한 약 10만명의 유엔 평화유지군이 파견돼 있는 분쟁지역들을 항상 방문해 세계여론을 조성하고 회원국들의 적극적 지지를 유도해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반 총장은 취임 이전부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본인이 직접 북한을 방문하거나 유엔 특사를 임명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의 틀이 이미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반 총장의 행보가 6자회담의 틀을 벗어나거나 한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비칠 경우 참여국들의 강한 반발에 직면할 수 있을 것이다.

    반 총장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독자 행보보다는 기존 유엔안보리 제재 결의안 이행을 강조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반 총장은 6자회담이 안보와 경제지원 문제뿐만 아니라 북한 인권 문제를 회담의 의제(議題)로 설정해 '동북아판 헬싱키 모델'로 발전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세계 열강에 의해 둘러싸인 한국에서 오랜 외교적 경험을 쌓아온 반 총장은 이전의 어떤 사무총장보다도 회원국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국가간 갈등을 잘 중재(仲裁)해 나갈 수 있는 외교적 역량을 갖추고 있다.

    반 총장의 취임을 계기로 21세기 지구공동체가 분쟁과 가난이 없는 평화의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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