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수준의 '일하는 방식'을 만들 생각입니다."

LG전자의 새 CEO(최고경영자)로 선임된 남용 부회장이 던진 첫 경영화두는 '일하는 방식'이었다.

남 부회장은 지난 17일과 18일 한국경제신문사와의 잇따른 전화 인터뷰를 통해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은 만큼 열심히 해볼 생각"이라며 "일하는 방식을 바꿔 세계 최고의 기업을 일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남 부회장은 '일하는 방식'을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 "대부분의 기업들이 'What to do(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비슷한 생각과 판단능력을 갖고 있지만 'How to do(어떻게 해야 하는지)'의 문제로 들어가면 천차만별"이라며 "LG전자가 못한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제너럴일렉트릭(GE) 도요타 P&G와 같은 세계 최고 기업들의 수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잘하는 기업과 못하는 기업의 차이가 궁극적으로 '일하는 방식'에서 판가름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일하는 방식을 바꾸지 않을 경우 △고객에 대한 영감을 바탕으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전략 △회사의 미래 생존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브랜드 전략 △물 샐 틈 없는 경영관리를 가능케 하는 SCM(공급망 관리)전략 등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세계 최고의 '일하는 방식'을 구축할 것이냐는 질문에 남 부회장은 "LG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인재의 양과 질이 세계적 수준인 만큼 여러 사람들의 지혜를 끌어모은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대답한 뒤 "CEO라고 해서 모든 문제를 단독으로 결정해 끌고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 부회장은 또 8년간 LG전자를 떠나 있다가 복귀하는 만큼 업무파악에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LG전자가 지금까지 세계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것처럼 앞으로도 비약적인 성공을 거듭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바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이어 전임 김쌍수 부회장이 추진하던 블루오션 전략을 계속 추진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미 관련 서적을 많이 읽었고 핵심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고 한 뒤 "다만 블루오션 전략이 어떤 형태로 경영에 접목돼 있는지를 들여다 봐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지나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남 부회장은 공식 인터뷰를 요청하는 기자에게 "임기가 시작되는 내년 1월1일 전에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사양하겠다"며 "잘 모르고 얘기를 해서는 안되고,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양해를 구했다.

그는 18일 이사회가 끝나자마자 장석춘 노조위원장과 만나 노사 상생을 위한 원칙과 경영전략을 논의했다.

조일훈·유창재·김현지 기자 ji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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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용 누구인가… 배짱 두둑한 '해결사'

1948년 경북 울진에서 태어났다.

경동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지만 학창 시절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를 마치자마자 군에 입대해야 했기 때문이다.

1976년 LG전자 수출과에 입사한 이후 탄탄한 실무능력과 전략적 마인드로 상사들의 신임을 받았다.

과장 시절인 1984년엔 일약 미국 LA 지사장에 임명돼 당시 회사의 골칫거리였던 컬러TV 재고를 완전히 처분하는 수완을 보이기도 했다.

1986년 그룹 기획조정실로 자리를 옮긴 이후 1990년대 LG의 경영혁신 프로그램을 짜는 등 LG의 대표적인 전략통으로 자리매김했다.

취미는 골프와 독서.지난 5월13일 곤지암CC 레이크코스 8번홀(파5)에서 앨바트로스를 기록할 정도로 장타와 정교함을 겸비한 싱글골퍼다.

구력 17년에 핸디는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