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18일 김쌍수 부회장에서 남용 부회장으로 사령탑을 교체하는 등 큰 폭의 수뇌부 인사를 실시했다.

이번 인사는 LG그룹 내 대표적 전략가로 꼽히는 남 부회장을 중용,그동안 김 부회장이 심어놓은 강한 조직 문화와 자신감을 체계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IT기업 닻 올린다

내년 1월1일 공식적으로 닻을 올릴 남용호(號)에 맡겨진 첫 번째 임무는 '글로벌 LG전자'를 위한 시스템 구축이다.

기존 김쌍수호(號)가 현장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강한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감한 만큼 이제는 시스템을 갖춘 세계적 IT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일종의 '바통 터치'가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측면에서 글로벌 감각을 갖춘 남 부회장이 LG전자의 새로운 시대를 열 적임자라는 게 그룹 안팎의 평가다.

남 부회장은 1976년 LG전자 수출과에 입사해 10여년간 수출 기획과 해외 업무를 담당했고 그룹 비서실에 근무할 때는 구자경 명예회장의 통역을 전담한 대표적인 '해외통' 경영자다.


기존 사업에서도 승부수

남 부회장은 전략가 기질 뿐 아니라 승부사 기질도 갖춘 경영자다.

공격적 마케팅으로 후발주자인 LG텔레콤의 가입자를 650만명으로 늘렸다.

따라서 휴대폰 디스플레이 가전 등 기존 사업에서도 강한 승부수를 띄울 가능성이 높다.

LG텔레콤 관계자는 "남용 부회장은 결론이 날 때까지 회의를 계속하는 '끝장 회의'로 유명하며 가슴이 답답해올 정도로 높은 목표치를 제시하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라며 "김쌍수 부회장 못지 않은 추진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주력 사업인 TV와 휴대폰에서 철저한 성과주의에 입각해 본부장을 교체한 것도 경쟁 업체들과 제대로 승부를 벌여 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디지털디스플레이(TV) 사업을 맡은 강신익 부사장은 한국마케팅부문장으로 일하며 국내에서 만큼은 가전 TV 판매 1등 자리를 내주지 않았던 인물이다.

휴대폰 사업을 총괄하는 안승권 MC연구소장도 초콜릿폰,샤인폰 등 최근 LG전자의 실적 턴어라운드를 이끈 대표적인 효자 상품을 개발한 주역이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