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경수로 제공 요구를 또다시 들고 나왔다.

경수로 제공은 미국이 절대불가 입장을 정리한 사안이다.

우리측 회담 관계자는 18일 베이징에서 개막된 북핵 6자회담 중 북한의 기조연설 내용에 대해 "북한이 요구할 수 있는 최대치를 백화점식으로 나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인내의 한계에 도달했다.

이제 행동할 때"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북(北),협상용 목표…경수로 제공

북한은 1994년 제네바합의 때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위협카드로 내세워 50메가와트급 경수로를 얻어냈다.

신포 경수로 건설 사업은 북한의 핵 보유 선언에 덜미가 잡혀 15억달러가 투입된 채 중도 폐기된 상태다.

미국이 지난해 9·19공동성명 체결 과정에서 "추후 논의할 수 있다"는 선까지 수용했으나 한국 및 주변국들과의 교섭 과정에선 '현 상황에선 논의 절대 불가'라는 강경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측 협상 관계자는 "기조연설은 현실적인 목표라기보다 협상에 유리하기 위해 최대치로 부풀려져 나오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협상장 주변에선 북한이 미국 및 주변국들로부터 최대한의 보상을 얻어내기 위해 작심하고 나온 것이라고 해석했다.

동시에 북한이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자 경제 재건의 필수 조건'으로서 경수로에 끈질기게 매달리고 있음도 입증됐다.

○실제 목표…금융 제재 해제

북한의 현실적 회담 목표는 금융 제재 해제에 집중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댜오위타이 국빈관 회담장에서 만난 북한 대표단 관계자는 "6자회담 틀 안에서 금융제재를 논의할 수 있다고 힐 차관보가 얘기해 6자회담에 나왔다"고 말했다.

북한은 오광철 북한 조선무역은행 총재를 수석대표로 하는 방코델타아시아(BDA)협상팀을 후발대로 19일 베이징에 급파한다.

오 총재는 대니얼 글레이저 미국 재무부 테러자금지원 및 금융범죄 담당 부차관보 등을 만나 위조지폐 제조 및 유통과 돈세탁 혐의,마카오 BDA은행의 동결 자금 문제를 논의할 전망이다.

북한이 오 총재를 파견하는 데 대해 정부 당국자는 "공식 은행의 총재라는 점에서 BDA 계좌의 합법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동결된 BDA계좌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치자금,군부 자금 등이 포함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이다.

정치적 공방으로 흐를 수 있는 BDA 동결계좌 문제 논의를 실무 중심으로 전개할 수 있다는 이점을 노렸을 수도 있다.

○미(美),"인내의 한계 초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한반도의 비핵화 달성이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필수 조건임을 강조했다.

"우리는 인내의 한계를 넘어섰고 이제는 행동이 필요할 때"라는 말도 했다.

천영우 우리측 수석대표는 전체 핵폐기 과정을 몇 단계의 큰 묶음으로 나눠 이행하는 '패키지식 접근 방안'을 제안했다.

또 이번 회담의 목표로서 9·19공동성명의 전면적 이행을 위한 작업계획을 만들 것과 이 중 수개월 안에 이행할 수 있는 초기 조치를 고를 것을 제시했다.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각측이 공통적으로 9·19공동성명 이행의 중요성을 느끼고 이번 회담에서 실질적 진전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음을 발견했다"며 "일부 사안에선 이견이 존재하지만 이는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베이징=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