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정부의 외국자본 통제정책 발표로 아시아 통화가 전반적인 약세(환율 상승)로 돌아서면서 원·달러 환율도 19일 4원70전 급등,지난달 29일 이후 처음으로 달러당 930원 선을 넘어섰다.

코스피지수도 바트화 조치에 영향받아 이날 5.47포인트 하락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화를 대거 팔아치워 환율을 급등시킨 주체는 '역외세력'으로 불리는 외국인들이었다.

외국계 투자은행과 헤지펀드 등이 글로벌 달러약세 추세에 맞춰 원화를 공격적으로 보유하는 포지션을 취해왔으나 이날 태국 중앙은행의 단기외화자금 의무예치 조치가 나온 이후 반대매매 물량을 쏟아냈다.

김성순 기업은행 과장은 "수출업체 매물이 많았으나 역외세력의 매수세가 워낙 강해 환율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원화와 싱가포르달러 등은 아시아 통화로서 태국의 바트화와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며 "일부 외국인들이 한국에서도 이 같은 조치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해 포지션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개장 초 보합권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코스피지수는 태국 증시가 10% 이상 폭락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낙폭을 키웠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태국의 환투기 억제책이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태국 정부의 강경책은 외국인 투기성 자금이 과도하게 유입돼 경제 펀더멘털(내재가치)을 훼손하는 것을 막을 목적이기 때문에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통화가치 급락 때와는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임정석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태국 정부의 과도한 외환시장 규제로 외국인의 눈에 아시아 국가 전체의 규제 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스러운 요인"이라며 "하지만 한국은 태국처럼 무리수를 둘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우려 대상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현승윤·정종태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