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정부가 단기투기성 자금의 과도한 유입을 막기위해 외환규제 긴급조치를 발표한 지 하루 만인 19일 저녁 서둘러 완화대책을 내놓자 정책당국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20일 태국 증시와 바트화의 반등을 불러왔지만 장기적으로 태국 시장에 대한 외국인투자자들의 관심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9월 말 쿠데타 이후 경제회복 기대감으로 외국 자금이 밀려들면서 증시가 4% 상승했으나 이번 해프닝으로 정부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다고 20일 보도했다.

싱가포르에 있는 타깃자산관리에서 아시아 주식투자를 총괄하는 텅 느긱 리안은 "이번 조치는 시기도 적절치 못했고 잘못 착안된 것"이라며 "빨리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피해는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바트화 급등의 주범으로 외환 투기세력을 지목하고 이들을 공격하기 위해 고강도 대책을 빼든 것은 시장을 너무 단순히 본 것이란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19일 저녁에 발표된 외환 규제 보완책은 시장의 신뢰를 한번 더 실추시켰다.

주식 투자자금에 대해선 강제 예치금 규제(유입자금의 30% 중앙은행 예치 의무화)를 적용하지 않고 채권과 다른 자산에 대한 투자에 대해서만 규제하겠다는 것이 보완책의 요지다.

주가가 15% 폭락하고 해외 투자가 끊길 것이란 우려에 놀라 예치금 규제를 부분 철회했지만 하루 만에 번복한 것은 미숙한 정책의 표본이라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태국 투자은행 출신이자 민주당 부대표인 콘 차티바니지는 "태국 중앙은행 관리들은 이론에 치우쳐 있고 실물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감각이 없다"고 비난했다.

태국금융시장의 동요가 진정되고 있지만 설령 충격이 확산됐더라도 아시아 지역으로 전염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아시아 경제 상황이 1997년 외환위기 때와는 판이하기 때문이다.

당시와 달리 아시아 국가들은 통화가치 상승 압력과 싸우고 있다.

태국 바트화는 올 들어 약 17% 올랐고 싱가포르 달러와 필리핀 페소화도 각각 7% 이상 뛰었다. 인플레이션도 억제되고 있으며 무역수지도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외환보유액도 충분하다.

아시아개발은행에 따르면 일본을 제외한 동아시아의 외환보유액은 작년 말 기준으로 2조2300억달러에 달했다.

1997년에 비해 두 배 늘어난 수치다.

베어스턴즈의 외환 투자전략가인 스티브 배로는 "금융시장 불안이 파급될 가능성은 각국 정부가 태국과 비슷한 조치를 취할 때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필리핀,한국의 중앙은행은 외환 정책을 급격히 변경하지는 않을 것임을 확인했다.

이날 태국 증시의 SET지수는 691.55에 마감,전일 대비 11% 급반등했다.

바트화도 달러당 35.58바트로 전날보다 0.48% 올랐다.

아시아 각국 증시는 인도와 필리핀을 제외하곤 오름세로 돌아섰다.

아시아 외환시장에선 일본 엔,인도 루피만 하락했을 뿐 나머지 통화들은 강세를 나타내 바트화의 급등락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