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지분을 매입했던 헤지펀드 칼 아이칸은 최근 1500억원 가까운 투자이익을 남겼다.

이같은 외국계 투자자본의 '먹튀' 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에 칼 아이칸측이 한진해운의 지분구조를 파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제2의 KT&G가 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한진해운 지분구조 파악..스틸파트너스가 요청한 듯

20일 관련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칼 아이칸측이 이달 중순께 한진해운의 지분 구조를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진해운의 지분구조를 파악한 주체는 칼 아이칸의 연합세력이었던 '스틸파트너스(SteelPartners II, L.P.)'가 유력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 관련 루머를 놓고 벌어진 진위 여부는 칼 아이칸과 스틸파트너스의 재결합과 함께 또 한번 시장의 뜨거운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숱한 추측이 난무했던 칼 아이칸측의 '한진해운 주식 매집설'은 이제 꼬인 실타래를 조금씩 풀어낼 수 있게 됐다.

적어도 칼 아이칸측이 '타깃'으로 삼고 있는 국내 업체 대상 후보군에 한진해운이 포함된 사실이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이와증권 통해 최근 거래된 물량..한진해운 "일본 K-LINE社와 지분교환 한 것"

최근 강력한 매수세가 유입된 외국계창구가 다이와증권으로 확인되면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달 초부터 18일까지 10거래일 동안 다이와증권을 통해 순매수된 한진해운 주식은 모두 144만여주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 물량은 한진해운의 지분율 2%에 해당한다.

그러나 한진해운 관계자는 "다이와증권을 통해 거래가 된 이 물량은 일본 K-LINE社와 지분교환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진해운은 지난 6일 "일본 K-LINE社와 전략적 파트너쉽 강화를 위해 지분교환을 추진키로 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한진해운은 신탁계정 자기주식 215만주를 일본 K-LINE社에 올해 안에 시간외대량매매 방법으로 처분할 예정이었다.

◆적대적 M&A 가능성 적다?

증시 전문가들은 한진해운 관련 루머의 가능성을 적극 부인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칼 아이칸측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이슈에 대해서는 우호 지분이 안정적이어서 M&A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칼 아이칸측의 한진해운 주식 매집 논란의 실체가 밝혀진 것은 아니다.

다만 최근 KT&G 사례를 통해 볼 때 한진해운 지분구조를 파악했다는 소식만으로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될 것이다.

칼 아이칸은 특히 공개매수를 정식으로 선언하지 않은 채 공개매수 의사를 담은 서한을 보내 국내법 규제를 교묘하게 피해간 경험도 있어 요주의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칼 아이칸과 같은 헤지펀드 공격에서 벗어나려면 기업 스스로 평소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를 중시하는 경영을 펴 빌미를 주지 않는 것이 원론적인 최선의 방법"이라고 충고한다.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측에서 한진해운에 대한 지분구조를 파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앞으로 제2의 KT&G가 나오게 될지 칼 아이칸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칼 아이칸 연합은 작년 말 KT&G 주식을 사들여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후 1년여만에 총 보유주식 776만주(5.26%) 가운데 700만주(4.75%) 가량을 매각, 1500억원 정도 차익을 올린 바 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