申丙澈 < 브리지랩 대표 bcshin03@naver.com >

오랜 만에 약속이 있어서 대학로에 가게 됐다.

10여년 만에 찾은 대학로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우중충하던 과거의 미로(迷路)는 꽃그림이 그려져 있었고,학교 담과 축대 벽은 벽화로 가득했다.

어두운 굴다리 안에는 작은 등도 마련돼 있었고,쓰러진 전봇대에도 조각상이 얹어져 있었다.

마치 거리의 미술관을 보는 듯했다.

무미건조한 일상이 전부일 것 같은 동네에 활력이 넘쳐보였다.

나중에 알고보니 문화관광부가 소외된 지역의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진행한 공공미술프로젝트인 '아트 인 시티(Art in City)'로 인해 도시가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지역 주민 외에는 딱히 찾아올 사람이 없던 지역이 '거리미술관'으로 바뀌면서 오가는 사람도 많아졌고 주민들은 자부심을 느끼게 됐다고 한다.

수백명 미술작가의 아이디어가 도시를 작품화했고 도시의 가치를 높여준 것이다.

이것이 바로 도시마케팅이다.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지구촌에서는 국가와 도시를 알리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도시마케팅이다.

도시마케팅이란 이름과 장소만 부여됐던 도시에 가치와 개성을 불어 넣어주는 작업이다.

서울만 해도 청계천이 복원되고 2층 관광버스가 다니고,시청 앞과 남대문에 광장을 만들고,한강을 새단장하는 등 복잡한 도시이미지에서 문화관광도시의 이미지로 바꾸고 있다.

그래서 가고 싶고,머물고 싶은 도시로 만들고 있다.

특히 요즘 서울은 청계천과 시청 앞 등에 루미나리에가 설치되면서 '이곳이 서울인가' 싶을 정도로 화려해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서울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각 지자체에서도 도시를 알리기 위해 많은 예산을 쓰고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 모든 노력에 하나 아쉬운 점은 도시 슬로건이다.

아무리 좋은 제품도 이름이나 슬로건이 그 도시의 특성에 맞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고,기억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의 도시 슬로건을 보자. 'Hi 서울''Dynamic 부산''Happy 수원''Gimhae For you''Your partner 광주''Your 옥천''Fast 천안''It's Daejeon''Feel 경남''Vi-va 보령'.쉬운 영어지만 어딘지 어색함이 느껴진다.

더군다나 선거 때 기관장이 바뀌면서 지자체의 브랜드 슬로건이 새로 정해지거나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옛말에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란 말이 있다.

각 지자체의 특성과 비전을 고려해 누가 들어도 공감(共感)하는 도시 슬로건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내년에도 각 지자체들은 저마다 도시를 알리기 위해 관광상품을 개발·홍보하는 데 적지 않은 예산을 쓸 것이다.

내년에는 더 세련된 도시슬로건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