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열린우리당 의장직에서 물러났던 정동영 전 의장은 독일에서 대선 행보 재시동의 의지를 다졌다.

이른바 '독일 구상'이다.

베를린자유대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3개월 여를 머물면서 현지의 학계 인사 및 통일 관련 정책담당자,경제 분야 전문가들과 접촉하고 기업체를 찾으며 가다듬은 것이다.

독일 구상의 핵심은 '새로운 중도(신중도)'.그는 "오늘 우리의 시대 정신은 양 극단의 논쟁에서 벗어나 가운데로 모아지는 힘을 키우는 일"이라며 이를 '신중도'라고 표현했다.

그는 "좌파는 탈급진하고 보수는 자기 개혁을 통해 가운데로 모아지는 힘을 키우는 것이 신중도"라며 "지금과 같은 시대에 정치가들이 자신의 이념과 정략을 고집하며 다투는 것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커다란 호사이며 사치"라고 지적했다.

갈등과 대결의 정치에 넌더리를 내고 있는 국민적 요구에 대한 대답은 포용과 통합의 정치라는 것이다.

중도 세력 통합을 통해 창조적 파괴를 위한 구심점 역할을 하겠다는 게 그의 생각으로 통합신당 창당 추진과도 맥을 같이한다.

독일 구상의 또 다른 키워드는 '통일과 경제'다.

독일의 통일 경험과 경제 발전을 한국 상황에 접목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는 1970년대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의 '동방 정책'을 거론하며 "통일은 밖에서 주어진 상황의 산물이 아니라 상황에 앞서 분단을 주체적으로 극복하려는 치열한 노력과 국민적 노력의 뒷받침의 결과"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정 전 의장은 "개성 공단을 성공시켜 확대 발전시키는 것이 평화를 공고히하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정 전 의장은 독일에서의 구상을 체계적으로 다듬어 내년 2월 초 책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그가 향후 정치 행보에서 이를 어떻게 구체화해 나갈지 주목된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