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템 현금거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온라인게임 산업 발전은 없다." 최초의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를 비롯 '카트라이더''마비노기''피파온라인' 등을 개발한 정상원 네오위즈 본부장은 "아이템 현금거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정 본부장뿐 아니다.

업계 종사자들은 아이템 현금거래야말로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고 얘기한다.

현재 국회에는 '중개를 업으로 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이 상정돼 있다.

게임은 문화 콘텐츠 산업 중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지만 영화 음악 연극 등에 비하면 대중문화로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아이템 현금거래,게임 중독 등 부정적인 측면이 너무 많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게임중독 문제에 대해서는 업계,사용자,정부 간에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졌다.

자정운동도 활발하다.

게임 중독이 부수적인 문제라면 아이템 현금거래는 근본적인 문제이다.

현재 중국에는 한국 온라인게임 아이템을 '사냥'하는 '작업장'이 무수히 가동하고 있다.

이들은 아이템 능력치를 키워 중개 사이트에 내다팔아 돈을 번다.

이로 인해 명의 도용,해킹 등 숱한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

게임 속에서 빼앗긴 아이템을 되찾기 위해 현실세계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일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대부분 온라인게임에서는 아이템 현금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게이머들은 게임 도중 획득한 칼 창 방패 총 물약 마법 등의 아이템을 현금을 주고 받으며 거래한다.

이처럼 거래가 보편화된 지금 거래를 전면 중단시키면 게임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그렇다고 거래를 양성화하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러지도,저러지도 못하고 시간만 보내는 사이에 아이템 시장은 초대형으로 커졌다.

아이템 거래를 중개하는 사이트도 생겨나 성업 중이다.

지난해 아이템 현금거래 시장은 1조원을 돌파했고 올해는 1조4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은 이와 관련,'중개를 업으로 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업형 아이템 거래를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금지 대상인 '게임 속에서 획득한 재화'에 대한 규정을 눌러싸고 의견이 엇갈려 심의가 늦어지고 있다.

'재화'가 게임머니만을 의미하는지,아이템까지 포함하는지가 논쟁거리다.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의 '게임머니 환전업 금지 조항'은 게임머니를 '게임 내에서 사용되는 가상의 화폐'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게임머니에만 국한할 것이냐,현금화 되는 아이템도 포함하느냐가 명확하지 않다.

이 때문에 국회 법사위에서는 게임머니의 구체적인 범주를 대통령령으로 정하기로 했다.

엔씨소프트 넥슨 네오위즈 등 온라인게임 업체들은 이번 기회에 아이템 현금거래를 업으로 하는 행위를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휘영 NHN 대표는 "아이템 현금거래가 활성화되면 게임 업체가 이익을 본다고 오해하는 사람도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게임 업체도 상당한 피해를 입는다"고 설명했다.

게임업계는 선진국 사례를 참고하면 해결책이 나온다고 말한다.

일본의 경우 개인 간 아이템 현금거래는 허용하지만 아이템 획득이나 거래를 업으로 하는 작업장이나 중개 사이트는 엄격히 규제한다.

게임 활성화에 필요한 개인 간 거래는 내버려 두고 기업형 아이템 획득이나 거래만 처벌한다.

문화관광부는 개정안에 포함된 환전 금지 대상에는 게임 아이템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렇게 범위를 좁힐 경우 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업계는 주장한다.

아이템과 게임머니를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게임머니만 규제할 작정이면 무엇 때문에 애써 법을 개정하느냐"는 불만도 나온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게임머니로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둘을 완전히 별개로 볼 수는 없다"며 "그렇다고 아이템까지 전면 금지하자니 게이머들이 선의의 피해를 당할 수 있어 결정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