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그룹 주식에 집중 투자하는 '그룹섹터펀드'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한국투신운용의 '삼성그룹주펀드' 시리즈가 올해 2조56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끌어모으며 대히트를 치자 경쟁사들도 유사한 상품을 앞다퉈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그룹섹터펀드는 동일 그룹의 여러 계열사 종목에 골고루 투자해 업종 간 분산 효과와 동시에 시장 평균을 웃도는 수익을 노리는 상품이다.

대부분 우량 대형주에 투자하긴 하지만 일반적인 주식형펀드에 비해서는 공격적이어서 위험성이 높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펀드 초보자라면 일반 주식형펀드로 시장 흐름을 좇아가면서 자산의 일부만 그룹섹터펀드에 투자해 초과 수익을 기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 대형 운용사 간 '맞수 경쟁'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은 21일 국내 5대그룹 계열사 주식에 투자하는 '미래에셋맵스 5대그룹주 주식형펀드'를 선보였다.

이 상품은 매년 초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하는 상위 5대그룹 계열사 주식에 펀드 자산의 60% 이상을 투자한다.

12월 현재 투자 대상은 삼성 현대차 LG SK 롯데그룹 등이다.

회사측은 "기업이익과 성장률 등을 기준으로 각 그룹 내 유망 종목을 선별해 위험을 줄이는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준용 맵스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최근 7년간 대기업 우량 계열사들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선진국 기업보다 수익성과 재무안정성이 더 높게 나왔다"며 "우리 경제를 이끄는 리딩그룹에 장기간 분산투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생명 창구에서 가입할 수 있다.

SK증권도 이날 우리CS자산운용과 손잡고 '우리SK그룹우량주플러스 주식형펀드' 판매를 시작했다.

SK텔레콤 SK㈜ SK가스 등 SK그룹의 상장 계열사에 주로 투자하며 SK가 진출하지 않은 업종은 대표 우량주를 편입해 혼합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SK증권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에너지 시장의 전망이 밝다는 점과 SK그룹 내에서 정유 가스 등 에너지 관련 기업의 비중이 높다는 점에 착안해 상품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 분산투자 차원 접근이 바람직

특정그룹펀드는 여러 업종에 분산투자하지만 동일 그룹 내에서 종목을 선택할 수밖에 없어 '섹터펀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 한다는 약점이 있다.

계열사 주가 움직임에 따라 펀드의 수익률 편차가 크다는 얘기다.

그룹펀드의 인기를 촉발시킨 '삼성그룹주펀드'의 경우 올 상반기에는 주식형펀드 중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률을 올리며 승승장구했지만 최근 삼성계열사 주가가 동반 약세를 보이면서 3개월 수익률이 -2%대로 떨어져 주식형 평균(2.38%)을 크게 밑돌고 있는 것이 그 예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대표는 "그룹섹터펀드의 수익률은 특정 그룹의 흥망성쇠에 달려 있는 만큼 기대수익률도 높지만 위험 역시 큰 상품"이라며 "주식형펀드 자금 중 30% 안팎을 투자해 초과 수익을 노리는 것이 바람직한 투자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