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한숨만 나옵니다."

충남 아산시 탕정면에서 21일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추가로 발병한 가운데 애지중지 길러 온 오리들을 통째로 살처분할 처지에 놓인 나기남(52).윤상은(48)씨 부부는 닥쳐온 비운 앞에 할 말을 잃었다.

나씨 부부의 농장은 이번에 AI 판정을 받은 김모(45)씨의 오리 농장에서 바로 길 건너편에 위치해 있어 현재 21일 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김씨 농장에 대한 대한 살처분 작업이 모두 끝나면 다음 작업 대상이 된다.

이들 부부는 여러 사업에 실패한 뒤 마지막 희망을 걸고 지난 8월 은행 융자를 받아 5개동 2천900여㎡ 규모의 오리 농장을 연 뒤 현재까지 1만2천마리를 자식처럼 길러 왔다.

특히 이들은 농장 운영을 시작한 지 수 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터라 내달부터는 처음으로 알을 출하해 그동안 투자한 비용을 조금이나마 만회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나씨는 "여름에 알에서 부화한 새끼를 가져다 지금까지 고이 길렀고 다음 달부터는 오리가 알을 낳아 돈을 벌 수 있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시설비와 오리값, 사료값을 모두 치면 수억에 달해 이제부터 융자를 갚아나가야 하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그는 "우리 오리들은 문제 없이 건강한데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 바람에 애지중지 길러온 자식 같은 오리들을 살처분해야 하다니 정말 앞 길이 막막할 뿐이다"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충남도는 이 농장을 중심으로 반경 3㎞ 이내 30여 농가에서 오리 2만1천마리와 닭 1천마리 등 모두 2만2천여마리의 가금류가 사육되는 것으로 잠정 집계하고 있다.

(아산연합뉴스) 이우명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