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야말로 사람 냄새가 가장 중요한 분야입니다."

국내 최대 인터넷업체 NHN의 디자인센터(BXD) 조수용 센터장은 유달리 '따뜻한 인터넷'을 강조하는 사람이다.

그는 "인터넷이라고 하면 차갑고 첨단의 이미지를 느끼게 마련"이라며 "이 때문에 사람들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따뜻한 색을 입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사람 냄새가 나는 인터넷'은 색깔과 기능으로 표현된다.

그가 1999년 프리챌에 입사한 뒤 프리챌의 로고는 진한 와인레드색으로 변경됐다.

사이트의 분위기도 붉게 바꿨다.

당시 인터넷 사이트에선 붉은 색을 거의 쓰지 않았다.

너무 강렬하다는 선입관 때문이었지만 그는 과감하게 붉은 색을 도입했다.

로고의 모양도 여러 사람이 모여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2003년 NHN으로 옮겨와서도 그는 따뜻한 인터넷을 만들기 위한 시도를 계속했다.

따뜻한 녹색의 이미지를 가진 NHN의 지금 모습도 그가 창안한 것이다.

최근 검색 창을 밝은 녹색으로 바꾸고 검색창 안을 하얗게 비워 놓은 모습을 NHN의 상징으로 만든 것도 그의 작품이다.

그는 "인터넷은 업체가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만들어간다는 의미를 담았다"며 "훈훈하게 사람들의 정을 느낄 수 있도록 사용자 간 의사 소통 공간을 열어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사람 냄새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만든 '블로그 시즌2'가 대표적이다.

'블로그 시즌2'는 일반 인터넷 유저들이 직접 자신의 웹 페이지를 디자인할 수 있게 만들었다.

다른 인터넷 서비스에서 보기 힘든 혁신이다.

'블로그 시즌2' 덕분에 개개인이 자신의 색깔에 맞는 블로그를 디자인할 수 있게 됐다.

그가 말하는 사람 냄새란 게 이런 거다.

사용자가 마음껏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면서 만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1999년 서울대 대학원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프리챌에서 직장생활을 처음 시작한 그가 유명해진 것은 2001년 프리챌에서 사이트 중간에 배너 광고를 넣으면서부터다.

지금은 어느 인터넷 사이트나 초기 화면 가운데에 배너 광고를 넣지만 당시 업계에서 그가 처음으로 한 시도였다.

이 시도는 인터넷 포털에 수익성을 안겨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었지만 초기 화면의 디자인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우치는 역할도 했다.

그는 '인터넷 사이트는 초기 화면 디자인이 바로 실적'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사람들이 그 사이트에 들어갔을 때 처음 접한 초기 화면에서 짧은 시간에 무엇을 사용하고 어떤 내용을 볼지 결정하기 때문이다.

"아주 짧은 순간이라도 사람들에게 불편하다는 느낌을 주거나 찾는 것이 없을 것 같다는 이미지를 주면 주저없이 떠나버리는 게 인터넷입니다.

다른 제품은 구입해서 불편한 사항이 있어도 이미 돈을 지불했기 때문에 감수하고 쓸 수밖에 없지만 인터넷 사이트는 전혀 다릅니다."

그는 이런 사람들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것이 디자인에 달려 있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그가 보기에 인터넷 디자인은 그저 보기 아름답거나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나야 한다.

분당 NHN 본사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 가면 사람 눈동자의 흐름을 포착해 디자인에 반영하는 일종의 작은 실험실이 있다.

NHN의 직원들이 직접 실험 대상이다.

사이트를 처음 들어갔을 때 어느 곳에 눈길이 먼저 가는지,눈길이 먼저 간 곳을 클릭하는지,몇 번까지 클릭해서 정보를 찾는지 등 수백개의 항목에 걸쳐서 사람들의 행동 반경과 양식을 체크한다.

인터넷 메뉴에서 항목이 5개 이하이면 사람들이 일일이 확인해 보지만 7개를 넘어서면 그냥 많다고만 인식한다고 한다.

이렇듯 인터넷에서는 사람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너무도 중요하다.

그는 "사람의 다양한 경험세계는 4차원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을 2차원 평면에 담아야 하기 때문에 인터넷 디자인은 무척이나 어렵다"며 "상상력도 풍부해야 하고 사람의 경험에 대한 이해도 높아야 하므로 오히려 인터넷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의 경험이 중요한 것이 이 분야"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런지 웹 디자이너라고 하면 하루 종일 PC를 들여다보고 있을 것 같지만 그의 하루는 전혀 딴판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건축 디자인을 보러 가고,카페나 음식점의 인테리어를 유심히 살펴본다.

실제로 그는 2003년 프리챌을 그만두고 잠시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기도 했다.

프리챌과 NHN 시절을 모두 조 센터장과 함께 지낸 NHN 디자인센터의 한 직원은 그에 대해 "인터넷뿐 아니라 정말 다양한 분야에 대한 호기심이 대단한 사람"이라며 "디자인을 통해 프리챌과 NHN의 이미지를 만들었다"고 평한다.

그가 인터넷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디자이너로서 언제 가장 행복하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디자이너는 내가 의도한 디자인의 컨셉트가 상대방에게 똑같은 감동을 줄 때 가장 행복합니다.

디자인을 통해서 영적인 의사소통을 하는 순간입니다."

글=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

사진=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