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에서 유통되는 브랜드 옷들은 언제 어떤 과정을 거쳐 땡처리 시장까지 흘러들어오는 것일까.

브랜드 옷의 한 해 살이는 '백화점 정상가 판매→정기세일 할인판매→패션 아울렛'으로 이어진다.

올 가을·겨울엔 의류 판매가 전반적으로 부진,아울렛에서도 안 팔려 '땡처리 시장'으로까지 흘러들어오는 브랜드 옷이 넘쳐나고 있다.

따라서 계절별로 옷의 유통 흐름을 잘 알아두고 길목을 지키면 품질 좋은 옷을 '거품 빠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하지만 패션·유통업계 전문가들은 자신의 의류 구입 목적에 따라 꼭 맞는 장소와 시기가 따로 있다고 조언한다.

무턱대고 땡처리 시장을 찾는다고 항상 맘에 드는 옷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패션 브랜드 20%는 곧장 아울렛행(行)

패션업체는 매 시즌 백화점에 신상품을 가장 먼저 내놓는다.

유행에 민감한 '패션 리더'들이 몰려드는 곳이라 제 값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 입점 패션업체들은 브랜드별로 한 시즌에 120종 정도를 신상품으로 기획한다.

이 중 백화점에 입점하는 것은 약 100종.

김석주 현대백화점 캐주얼 바이어는 "공간의 한계로 내놓은 제품 모두를 백화점에 들이지는 못한다"며 "해외의 제품 출시 경향을 살피고,소비자 조사를 거쳐 선택된 80% 정도만이 매장에 자리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최근 시즌 초반 아울렛 몰에도 신상품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백화점 입점에 실패한 제품을 '기획상품'이라는 이름으로 20~30% 할인 판매하는 경우다.

신상품이 처음 백화점에 들어오는 것은 지난 시즌 마감세일이 끝난 직후다.

내년 봄 신상품을 기준으로 하면 올 겨울 마감 세일이 끝나는 내년 1월 셋째주가 된다.

이때 백화점을 찾는 사람은 무조건 정상가를 내야 한다.

하지만 이 땐 그 어떤 유통채널에서도 만날 수 없는 최신 트렌드 제품을 가장 다양하게 보고 고를 수 있다.

즉 가격 이점보다 상품 구색에 의미를 둔다면 이 시기에 백화점을 찾는 게 좋다.

○백화점,신상품 출시 2주 뒤부터 '세일'

이로부터 2주가 지나면 백화점에서 일부 판매율이 낮은 제품에 20~30% 할인 딱지가 붙기 시작한다.

에스컬레이터 근처 행사상품 판매대에 꼭 들르는 소비자라면 신상품 출시 2주 후를 노리는 게 가장 좋다.

팔림세가 둔한 상품은 출시 3주 뒤부터 아울렛 매장으로 나온다.

따라서 아울렛 매장의 상품 구성이 가장 다양한 시기이기도 하다.

패션아울렛은 서울 문정동과 금천패션타운,그리고 서울 근교의 용인 죽전,고양 덕이동 등에 밀집해 있다.

올 가을·겨울상품의 경우엔 이미 이달 초 상품 구색이 피크를 이뤘다.

현재는 할인율이 가장 높은 때다.

일부 상품은 최고 80%까지 깎아 균일가로 파는 경우도 있다.

1월 셋째주가 넘어가면 봄 상품이 들어오기 시작해 그나마 연말이 겨울 재고를 털어낼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아울렛,겨울옷은 지금이 가장 싼 시즌

패션업체들이 가을 겨울장사를 죽쑨 요즘엔 땡처리 시장에도 유명 브랜드 옷이 많이 나와 있다.

백화점 행사 매장과 아울렛에 재고가 넘쳐 덤핑 처분한 옷들이다.

출고된 지 1~2년 지난 옷들도 올해 발생한 재고 상품에 창고를 비워주고 대거 덤핑시장으로 나왔다.

하지만 이런 땡처리 시장에는 점 찍어둔 디자인이 없거나 있더라도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가 없어 곤란할 때가 많다.

따라서 상품 구색이 가장 다양한 때 방문해야 실속 있는 쇼핑을 할 수 있다.

올 가을 겨울상품의 경우엔 연말부터 내년 설 전까지가 그 시기에 해당한다.

내년 봄·여름 신상품은 추석 무렵이나 돼야 땡처리로 나오기 때문에 내년 1~2월 덤핑시장에서 품질 좋은 봄 옷을 사겠다고 나서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시장 관계자들은 전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