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에 입점한 의류업체들이 생산원가의 5배로 정가를 책정한다는 얘기가 최근 흘러나오면서 '폭리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의류업체들은 '재고 등 판매 리스크와 마케팅 비용 등을 감안한 적정 가격'이라고 주장한다.

도대체 백화점을 통해 유통되는 브랜드 옷 가격은 어떻게 책정되는 것일까.

○백화점 매장관리 수수료가 30%

의류업체들은 일단 기본적으로 시판가의 30~40%는 백화점이 매장 관리 등을 위한 입점 수수료 형식으로 가져간다고 주장한다.

또 10~20%는 '숍마스터'라고 불리는 백화점 매장 위탁관리자들이 가져간다.

때문에 옷 한 벌을 백화점에 팔았을 때 의류업체에 떨어지는 돈은 평균적으로 원가의 2.5배 정도다.

하지만 여기에서 또 할인판매 손실분,재고처리 비용 등을 빼면 의류 제조업체들이 남기는 이익은 더욱 낮아진다는 것.

보통 하나의 패션 브랜드는 백화점 매장에 한 시즌 100종 가까운 상품을 내놓는다.

이 중 최소한 25%는 정상가로 팔지 못하고 할인 행사를 하거나 끝내 재고로 남아 이월상품으로 처리된다.

이때 재고 손실분과 할인 행사 손실분이 시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5%,17% 정도.조은주 FnC코오롱 홍보팀장은 "어떤 경우는 안 팔릴 줄 알면서 매장에 구색을 갖추기 위해 만드는 의류도 있다"며 "이 같은 옷에서 생기는 손실을 잘 팔리는 옷에서 남기는 마진으로 메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옷값 거품은 최고 40%에 달하는 백화점 수수료 때문일까.

백화점과 의류업체 모두 '결코 폭리가 아니다'고 주장한다.

A대형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이 좋은 입지에 건물을 짓고 매장을 단장하는 데 들어간 돈이 만만치 않다"며 "또 고객을 모으기 위해 마케팅에 많은 돈을 들이기 때문에 그만한 수수료를 입점업체가 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의류 제조업체들도 백화점의 집객력이 매출 신장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유명 백화점에 브랜드를 입점시키면 고객들에게 브랜드가 '살아 있다'는 느낌을 줘 홍보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는 데 대다수 의류업체들도 동의한다.

○그래도 백화점에 남으려는 이유

패션업체 신원 관계자는 "반응생산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가두 점포의 경우 점주가 성의 있게 인근 점포를 둘러보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다른 브랜드에서 어떤 상품이 잘 팔리고 있는지 파악하기 힘들다"며 "그래서 가두점 중심의 브랜드라도 한 두개 점포씩은 꼭 백화점에 남아 있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의류업체는 평소 입점수수료를 내고 정상 판매하며 백화점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뒀다가 입점 고객 수가 절정에 이르는 백화점의 정기세일 기간을 이용해 집중적으로 재고 처리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옷을 살 때 계절과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보니 제 시즌에 팔지 못한 상품은 고스란히 업체의 재고 부담으로 넘어오게 마련이다.

백화점 정기세일 기간을 활용해 싼 가격에나마 파는 것이 보관 비용을 들이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 의류제조업체들의 판단인 것이다.

차기현·박신영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