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판 실크로드가 열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 오일머니로 중동에 돈이 넘쳐 나고 중국 한국을 위시한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면서 중동과 아시아 간 자본과 상품이 활발히 거래되는 새로운 실크로드가 열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미국 중심의 글로벌 경제가 다극화 시대로 접어듦에 따라 이 실크로드가 21세기 세계 경제의 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서부에서 시작,중앙아시아와 남부 카스피해를 거쳐 페르시아 터키,유럽으로 이어지던 과거 실크로드에서는 주로 비단과 금 향신료 유리 도자기 제지술 등의 교류가 이뤄졌다.

그러나 새로운 실크로드의 거래 품목은 이와는 많이 달라졌다.

석유,가스,석유화학제품,오일머니,금융전문지식 등은 중동에서 아시아로 향하고 있다.

반면 값싼 소비재,신기술,무기류,노동력,인프라 등은 아시아에서 중동으로 움직이고 있다.

원자재와 자본은 중동에서 아시아로,상품과 기술은 아시아에서 중동으로 교류되고 있는 셈이다.

중동과 아시아 간의 교역규모는 지난해 2400억달러로 2000년의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또 2005~2006년 2년 동안 중동국가들이 아시아지역에 투자한 프로젝트 규모만도 1600억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개발과 관련,다양한 분야의 공동 프로젝트에 합의했다.

중국은 이란과도 파이프라인 건설,가스공급계약,인프라 개발 등을 추진 중이다.

중동의 오일머니는 아시아 금융시장으로 흘러들고 있으며 파키스탄으로부터 인도네시아에 이르기까지 아시아 부동산시장에는 점점 더 많은 오일머니가 유입되고 있다.

2002년 인도네시아에서 처음 발행된 이슬람 채권(수쿠크)은 최근 발행규모가 40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 중 상당부분을 중동지역 투자자들이 사들였다.

최근 활기를 띠고 있는 걸프지역의 인프라 건설에는 수쿠크를 비롯한 이슬람 금융이 적합해 앞으로 중동과 아시아 간 자금 교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21세기판 실크로드가 활짝 열린 것은 중국 일본 한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관련 국가의 경제적,전략적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1991년 소련이 붕괴되고 이후 미국의 정치적인 영향력이 줄어드는 등 이 지역에서 '슈퍼파워'의 입김이 사라진 점 역시 실크로드 재건에 일조했다.

FT는 21세기판 실크로드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글로벌 경제에 심각한 도전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가장 큰 문제는 세계경제의 중심이 이 지역으로 이동할 경우 글로벌 경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더욱 감소하고 그 결과로 달러화 가치가 더욱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동 지역 국가들이 2010년을 목표로 추진 중인 공동통화지역이 창설될 경우 달러의 영향력은 급감할 수밖에 없다.

정치적인 안정 역시 과제다.

FT는 과거 실크로드가 정치적 군사적 긴장관계가 고조되면서 사라졌듯이 중동지역의 분쟁이나 아시아 국가의 정정 불안이 고조될 경우 21세기판 실크로드 역시 과거과 같은 운명을 반복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