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스턴대학이 텍사스 사람 1000명에게 어떤 일상적 활동들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지 묻고 1~10까지의 행복지수를 매겼다.

1위는 행복지수 4.7에 하루 평균 지속시간이 0.2인 섹스였고,2위는 '기분 좋은 만남'으로 행복지수 4.0에 지속시간이 2.3이었다.

휴식,기도와 명상,식사 등이 뒤를 이었고 6.9시간이나 지속되는 직장일은 행복지수 2.7로 꼴찌에 가까웠다.

돈이 많고 적음과는 별로 관계가 없는 일에서 사람들은 행복을 느낀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왜 사람들은 돈,돈 하면서 부자되기를 지상 최고의 과제로 삼고 있을까.

'행복경제학'(하랄드 빌렌브록 지음,배인섭 옮김,미래의창)은 돈과 행복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행복을 만드는 요소는 어떤 것인지를 학자들의 연구 결과와 많은 사례를 토대로 보여준다.

행복경제학은 소득과 재산이 삶 속에서 실제로 느끼는 행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는 경제학의 새로운 분야다.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면 행복해진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전통 경제학의 전제가 깨지고 있는 것이 연구의 동기다.

'돈=행복'이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꿈꾸던 부를 소유하는 순간 그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 되고 더 이상 부유함을 행복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제학자 존 하이스켄 디뉴 등이 16년간 독일인 78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더 좋은 직업이나 지위에 오른 사람은 몇 년 후까지도 훨씬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그러나 소득의 증가는 첫해에만 삶의 만족도를 현저하게 높일 뿐 3년 뒤면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 4년 뒤에는 효과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한다.

이 때문에 저자는 "연간 1만달러 이상을 버는 사람들에게는 더 많은 돈이 삶의 만족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면서 "친구,가족,배우자 등 인간관계에 투자하는 사람이 훨씬 더 큰 행복을 누린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원만한 결혼생활은 10만유로의 추가 소득과 같은 삶의 만족도를 선사하고,성관계 횟수를 월 1회에서 주 1회로 늘리는 것은 5만 달러의 효과를 낸다고 한다.

따라서 저자는 부와 성장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낡은 관념을 행복을 위해 정말 필요한 새로운 관념으로 바꾸라고 강조한다.

정책적으로는 더 안정된 일자리,더 건강한 생활환경,더 견고한 사회안전망,더 많은 상호교류의 가능성,정감어린 사회공동체의 육성 등이 필요하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가족,친구,건강,책임과 같이 지속적으로 행복을 가져다주는 본질적이고 내면적인 가치에서 행복을 발견하라고 조언한다.

304쪽,1만1000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