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제이유그룹 로비의혹 중간수사 결과를 듣기 위해 서울동부지검을 찾은 기자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춘성 차장검사는 이 자리에서 "공직자 가족들이 제이유와 돈거래를 한 것은 사실이나 그 과정에서 공직자들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혐의점은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논란이 됐던 이재순 전 청와대 사정비서관,서울중앙지검 K차장검사,박모 치안감 등 공직자들에 대해 '혐의 없음'을 검찰이 선언한 셈이다.

이 차장의 말이 끝나자 기자실 분위기는 찬물을 끼얹은듯 조용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검찰총장까지 나서 '사상 최대의 사기사건'이라 칭했던 수사의 중간결과 발표치곤 그 내용이 허망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

올초 검찰이 제이유 사건 수사에 착수했을 때까지만 해도 이 사건은 세간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심지어 주수도 회장이 구속기소된 8월에도 '바다이야기' 등 다른 대형사건에 밀려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청와대 인사 개입설,정치권 연루설 등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며 제이유 사건은 단순한 다단계 기업 사건이 아니라 로비 의혹 사건으로 비쳐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주 회장의 배임·사기 혐의 등을 규명하는 것이 수사의 본체이지 로비 의혹을 밝히는 것은 부차적인 일'이라는 식으로 넘겨버렸다. 이날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검찰은 "유력인사들에 대해 지급된 돈은 단순히 투자했다 손해본 금액을 보전해준 것이기 때문에 '특혜수당'이란 표현은 쓰지 말아달라"고 했다. 여전히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검찰은 이번 발표가 중간수사 결과이니만큼 마지막까지 지켜봐달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결과를 두고 일부에선 "론스타 수사 결과가 실망스럽게 나오자 여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검찰총장이 '사상 최대의 사기사건'이라는 말까지 써가며 제이유 사건을 부풀린 것 아니냐"는 극단적인 추측도 나오고 있다.

피해자 30여만명,피해액 4조5000억원에 이르는 초대형 사기사건을 다단계 업체 관계자들만의 책임으로 돌린다면 검찰은 론스타 사건에 이어 또다시 '앞뒤가 안맞는 이상한 수사'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이태훈 사회부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