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천정배 의원에게는 '개혁 전도사'라는 별명이 따라붙는다.

워낙 강한 개혁색채를 띠고 있어서다.

인권변호사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원내대표 시절 야당의 강력한 반발에 막혀 뜻을 이루진 못했지만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 개혁을 밀어붙였고 법무장관이 돼서는 사법개혁안을 성안했다.

민주당과의 결별 이유도 다름 아닌 정치개혁에 대한 심각한 이견이었다.

인터뷰 화두도 역시 개혁이었다.

그는 개혁지상주의자라는 비판적 시각에 대해 "개혁적 지도자를 바라는 국민이 많다"며 "오히려 개혁을 더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받았다.

개혁색채를 더 강화해 개혁 지지자를 결집시키겠다는 각오다.

그는 1%대의 낮은 지지율에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 신뢰와 역량을 차기 대선주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은 그는 "지금부터 초조할 필요는 없다"면서 "구체적인 검증을 거치면 지지율이 올라갈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 경제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과 해결방안은.

"성장동력 약화와 양극화가 가장 큰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식재산권 보장을 통한 혁신 동기 부여,공정한 경쟁질서 확립,그리고 인적자원개발 투자 확대를 통한 성장동력 확충이 시급하다."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 중 가장 실패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교·직·주'(교육 일자리 주거) 등 민생문제 해결에 성과를 내지 못했다.

빈부격차와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격차 확대 등 양극화 해소에도 부진했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대기업 규제에 대한 의견은.

"대기업의 지배주주가 사적 이익을 추구하고 기업내부 의사결정을 왜곡하는 등의 문제가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출총제를 폐지하는 경우 대기업의 계열사 간 순환출자를 금지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환상형 순환출자 규제,중핵기업 출총제·유사지주회사제도 등 비환상형 순환출자 규제,이중대표소송제와 같은 사후적 규제 강화책이 적극 검토돼야 한다."

-국내 대기업들이 외국 투기자본의 적대적 M&A(인수·합병) 시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M&A는 기업에 대한 견제수단으로서 긍정적 측면이 있다.

다만 외국투자자가 국내법을 어기면서 부당한 이익을 수취할 수 없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법 집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강성노조로 인한 대기업들의 어려움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많다.

"다수의 대기업 노조가 강성노조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일부 노동조합의 과도한 요구와 과격한 투쟁은 더 이상 국민적 지지를 받기 어렵다."

◆ 부동산

-정부가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보유세와 양도세를 대폭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 세 부담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지적이 있는데.

"보유세를 강화하고 거래세를 인하하는 것은 바람직한 세제개편 방향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주택가격을 기준으로 보유세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2주택 보유분부터는 보유세율을 달리하는 종량제 개념을 도입하는 등 보완할 필요가 있다.

6억원 이하의 1가구1주택 장기 거주자,노인가구 등에 대해 보유세를 경감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양도세도 장기 보유자의 경우 거주기간에 따른 특별공제 폭을 올려줘야 한다."

-부동산 문제에 대한 해법은.

"부동산 문제의 기저에는 토지확보의 어려움이 깔려 있다.

전국에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토지이용 규제를 개편해야 한다.

이를 위해 녹지공간으로 기능하지 못하거나 택지화가 상당히 진행된 서울 외곽의 그린벨트를 일부 재조정하는 등 토지이용 규제 합리화를 통해 적재적소에 토지를 공급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낙후지역에는 '압축도시'(compact city) 개념에 입각해 개발 역량을 제고해야 한다."

-서민 주거안정과 집값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은.

"가장 우선적으로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

고분양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투기적 주택 수요가 만연한 상황에서 사용자 중심의 부동산 철학을 정립하기 위해서 토지임대부 분양제도와 환매조건부 분양방식은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참여정부의 국토 균형발전 대책에 대한 평가는.

"지역개발로 땅값이 오르는 등 일부 문제가 있으나 가용토지를 늘리고 수도권과 지방 사이의 자산 격차를 줄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

다만 보상금 지급에 따른 부동산 가격 상승을 차단하기 위해 과잉유동성을 흡수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 교육 · 정치

-교육문제에 대한 생각은

"사회통합과 공정한 사회 건설을 위해 기회균등 문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능력 있는 학생이 경제문제로 공부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학비와 생활비는 물론 유학에 필요한 경비까지 공적으로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

-재원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그런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기여입학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체 정원의 2~3% 정도를 기여입학을 통해 채우고 이들이 기부한 돈으로 30% 이상의 다른 학생들에게 학비와 생활비를 보조하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 기부한 돈의 운영에 대한 재정운영의 투명성이 전제돼야 한다."

-법관 출신인 만큼 로스쿨 도입과 관련해 특별한 철학이 있을 것 같다.

"단순히 법관 양성을 위한 비용 대비 효율이란 측면에서는 생각할 부분이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 가장 큰 문제점인 폐쇄성을 극복하고 법조인에 대한 사회의 다양해진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꼭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최근 여권의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 경제학자 중에 개혁성과 실력을 겸비한 매우 훌륭한 학자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도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

개혁적인 자세와 경제 전문성,교육에 대한 식견 등을 갖추신 분이다.

총장으로서 실무경험도 있어 꼭 대선후보 경선에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건 전 총리에 대한 생각은

"개인적으로 열린우리당이 지향하는 것에 고 전 총리가 갖고 있는 '내용'이 부합하는지 의구심이 있는 게 사실이다.

통합신당의 정체성과 노선에 대한 논의가 진전되면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대통합이란 측면에서 같이할 분이라는 생각은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함께 할지는 좀 더 검증해봐야 한다."

-대통합신당 건설 과정에서 노 대통령의 역할에 대한 의견은.

"대통령도 당원이기 때문에 통합신당 문제에 관심 있는 이해관계자다.

발언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특별한 위치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당원 중 가장 영향력 있는 당원이라는 점을 고려해 당 진로에 관한 논의에서 다른 당원들의 주도권을 인정해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정리=노경목.사진=김병언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