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세시장이 예상과는 달리 조용하다.

전세수요가 크게 줄어 매물이 남아돌면서 전셋값 상승률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는 등 잠잠한 분위기다.

매년 이맘 때쯤이면 '학군 특수'로 전셋값이 들썩거리던 서울 대치동과 목동 등에서도 전세수요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등 예년과는 딴판이다.


특히 서울 잠실4단지 '레이크팰리스'(2678가구) 등 대단지 입주가 진행되는 지역에서는 전세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집주인이 세입자를 찾지 못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22일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지역 전셋값 상승률은 0.12%로 한 달 전인 11월 셋째주(0.25%)에 비해 상승폭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도권 역시 이달 들어 0.08~0.11%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큰 가격변동 없이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잠실 전셋값 2000만원 내려

대표적 학군 관련 지역인 대치동 전세시장은 전세 수요가 크게 줄면서 한산한 모습이다.

가격 역시 한 달 전과 큰 변화가 없다.

대치동 W공인 관계자는 "작년에는 11월 말부터 전세를 알아보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는데 올해는 겨울방학을 앞두고서도 문의가 많지 않아 전세매물이 남아 있다"며 "지난 10~11월 집값이 불안하자 미리 계약을 맺어 전셋집을 확보한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우성아파트 31평형은 3억~3억5000만원 사이에 전세 매물이 나와 있다.

레이크팰리스 입주를 앞둔 잠실 일대는 전세가격 하락세가 뚜렷하다.

한 달 전까지 2억5000만∼2억7000만원하던 레이크팰리스 26평형은 현재 2억4000만∼2억5000만원으로 2000만원가량 떨어졌다.

이 같은 하락세는 3단지,5단지 등 잠실의 다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지 D공인 관계자는 "잠실 5단지 등 오래된 아파트의 전세 매물이 쌓이면서 최근 한두 달 사이에 1000만~2000만원 정도씩 전셋값이 내렸다"며 "매물은 계속 늘어나는 데 반해 찾는 사람은 없어 당분간 가격 하락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봄 전세대란 우려 줄어

이처럼 주요 지역의 전세시장이 예상 외로 조용한 데 대해서는 여러가지 원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게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우선 전세수요가 절대적으로 줄었다는 지적이다.

올 하반기 집값이 요동치면서 내년 이후 집값 상승을 점치는 전세 세입자들이 대거 주택구입으로 전환해 전세수요가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오는 2008년부터 내신 위주로 대학입시 제도가 개편되면서 대치동 목동 등 주요 학군 지역의 전입 수요도 감소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은 "올 가을 전세수요가 한꺼번에 집중되면서 우려했던 내년 봄 전세대란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여당이 추진 중인 전세금 인상 상한선(5%) 제도의 입법이 가시화될 경우 오히려 집주인들이 법시행을 앞두고 미리 전셋값을 올릴 가능성이 높아 전세시장 불안의 잠재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