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월 만에 극적으로 재개됐던 북핵 6자회담이 끝내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북·미 양국이 '6자회담의 틀 안에서 금융 문제를 별도로 논의한다'는 데 합의하면서 재개된 회담이었으나 동상 이몽이었다.

북한은 BDA 등 금융 제재 해결에만 매달렸고 미국은 "핵을 동결하고 검증 받으라"며 9·19공동성명의 이행을 강도 높게 요구했다.


○북 "적대시 정책 철회돼야"

김계관 북한 수석대표는 22일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완전히 철회하고 신뢰가 조성돼 핵위협을 더는 느끼지 않을 때 핵무기 문제는 논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의 제재가 계속되는 속에서 회담에 참가하고 있기 때문에 제재부터 해제하고 9·19 이행을 위한 논의에 들어갈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미,파격적이고 포괄적 제안

크리스토퍼 힐 미국 수석대표는 "북한은 불법 금융거래 문제로 평양 정권을 고립시키는 조치를 완화하라는 요구에 집착했다"며 "실망스럽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에서 미국은 북한에 '파격적이고 포괄적인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도 "미국의 태도가 매우 진지하고 예전과 달랐다"고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한 회담 참가자의 평가처럼 "관건은 개인의 태도가 아니라 국가의 입장"이다.

북한은 이번에 작심하고 금융제재 문제를 해결하러 나온 듯했다는 것이 회담 관계자들의 일치된 전언이다.

북한 대표단은 9·19 공동성명에 대한 협상 재량권도 없이 6자회담에 나왔다.

○내실 있는 협의 기대

힐 대표는 "우리가 얘기한 것은 달(月)이 아니라 주(週)"라며 내년 초 회담 재개를 희망했다.

그러나 북한이 금융 제재 해제에 집착하는 한 6자회담이 재개되더라도 9·19공동성명의 이행이라는 본래 목표에 근접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리측 회담 관계자는 이번 회담에 대해 "실질적 합의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관련 당사국들의 핵심적 사안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베이징=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