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촌에 사는 주부 박지은씨(43)는 이사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현재 살고 있는 집보다 작은 평수로 옮기면서 처분해야 할 살림살이가 한 두가지가 아니기 때문. 박씨는 "장롱이나 냉장고 등을 버리려면 관할 동사무소에 폐기처분비를 지불해야 한다"며 "이사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생돈을 얹어내게 됐다"고 한숨지었다.

하지만 옆 동네에 사는 김지혜 주부(38)는 돈을 번(?) 경우다.

이사전 장롱,문갑 등 정리할 것들을 모조리 재활용센터에 팔아 받은 물품처리비 10만원을 이사비용으로 충당했기 때문. 김씨는 "필요없는 물건도 처리하고 이사비용도 줄일 수 있어 '일석이조'인 셈"이라며 만족스러워 했다.


○청소·수리 거쳐 '새것 처럼'

요즘 같은 경기불황 속에서 김씨같이 재활용센터를 이용,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재활용센터 '리사이클시티'는 전국 12곳에 매장을 둔 중고매매 전문매장. 헌책방처럼 중고품을 사고 팔지만 이 곳의 가장 큰 특징은 제품 매매시 드는 폐기처분비와 배송비가 무료라는 것이다. 업체 직원이 처리를 의뢰한 집에 직접 방문,제품 상태에 따라 돈을 주고 공짜로 수거해 온다. 센터매장으로 수거된 제품은 매입될 때 가격의 10~15%가량 높은 가격에 다시 팔린다.

지난 22일 서울 장안평에 위치한 리사이클시티 장안평점. 평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물건을 고르는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100평 남짓한 넓직한 매장 내엔 여성옷을 비롯,냉장고 침대메트 가전제품 등 총 400여 가지의 제품들이 카테고리별로 나뉘어 진열돼 있다. 중고품이란 느낌이 안들 정도로 깨끗이 손질돼 있어 마치 백화점의 한 매장에 와 있는 느낌이다.

제품구색은 500원짜리 옷에서 30만원대 TV까지 다양하다. 웰빙 바람으로 최고 인기제품인 러닝머신은 하루 두 세대꼴로 들어 오지만 당일 모두 팔리기 때문에 예약을 해야 구입할 수 있을 정도. 한달 사용한 중고가 15만~18만원에 거래된다. 2인용 침대(10만~15만원),원목책상(5만원),29인치 DVD 겸용 TV(30만원) 등 다시 사용하는데 문제 없는 제품들이 시중 판매가의 50% 이하에 팔리고 있다. 흥정만 잘하면 에누리도 가능하다. 6개월이 지나 팔리지 않은 것을 모아 그냥 주는 '무료 제품코너'도 마련돼 있다.

제품에 큰 문제가 없는 한 사고 팔 수 있으나 가전제품은 3년 내,일반 가구.잡화 등은 5년 내 제품을 주로 취급하려 한다. 구매 고객에게 '중고'란 이미지를 최대한 불식시키기 위해서란 게 매장측 설명이다.

김영기 리사이클시티 장안평점 사장은 "반입된 모든 제품은 3~4일간 구석구석 청소,수리하기 때문에 구입 후 애프터서비스를 받는 손님은 거의 없다"며 "올 4월 개점 이후 한 달 평균 60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며 매월 10%씩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구 위탁 재활용센터도

이처럼 민간인이 운영하는 재활용센터 외에도 자치 행정구가 건물이나 토지를 사업자에게 임대.위탁해 운영하는 재활용센터도 있다. 전국에 대략 150여 곳이 운영 중이고 서울엔 32곳이 있다. 각 구마다 한 개씩은 있는 셈. 일반 재활용센터의 판매가와 비슷하나 공공기관이라 돈을 주고 사오진 않는다. 무료수거해 판매하는 정도. 가전제품끼리는 비슷한 가격대이면 물물교환도 가능하다.

안병상 한국생활자원재활용협회 사무총장은 "전국에 500~600여개의 재활용센터가 있는데 매년 증가 추세"라며 "경기침체로 서민들의 씀씀이도 줄어들면서 재활용센터를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