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세속화 경계의 목소리도 높아

세계 각국에서는 성탄절을 맞아 각종 축제행사를 열고 성탄의 참의미를 되새겼다.

그러나 예수의 탄생지인 베들레헴과 중동 지역은 테러와 분쟁으로 우울한 성탄을 맞았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24일 성탄절을 앞두고 "예수가 성탄절의 중심이라는 사실을 잊은 채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느라 바쁜" 성탄절의 세속화를 비판하고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과 질병, 고난속에 성탄절을 보내고 있다는 점을 명심할 것을 촉구했다.

교황은 이날 성베드로 광장에 모인 순례자와 관광객들을 축복하면서 성탄절의 진정한 의미는 "정의와 평화의 세상을 함께 만들도록, 편견을 극복하고 장애를 무너뜨리며, 사람들이 서로 다투는 상황을 없애는" 노력에 있다고 강조하고 세계 평화에 대한 갈구를 상징하는 촛불을 켰다.

교황은 성베드로 성당에서 성탄 전야 자정미사를 집전한 뒤 성탄절인 25일 정오에 성탄 메시지를 발표한다.

영국 성공회 수장인 캔터베리 대주교도 성탄 메시지를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평화 협상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고 있다면서 세계 각국 사람들에게 중동사태에 등을 돌리지 말 것을 촉구했다.

최근 예수 탄생지인 베들레헴을 방문한 로완 윌리엄스 켄터베리 대주교는 앞서 지난 23일 영국 정부의 근시안적인 이라크 정책 때문에 중동 지역의 기독교인들의 삶이 위태롭게 됐다면서 영국 정부를 강력 비난했다.

예수의 탄생지인 베들레헴은 예년보다 관광객이 줄어드는 등 썰렁한 모습.
빅토르 바타르세 베들레헴 시장은 "매우 슬픈 크리스마스"라며 "사람들이 심지어 아이들을 먹일 수도 없는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크리스마스를 즐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순례자와 관광객이 도시의 주요 수입원이지만 정치적인 상황 때문에 순례자와 관광객 수가 감소했다"면서 "지난해 2만명의 순례자와 관광객이 베들레헴을 찾았지만 올해는 1만명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이스라엘이 베들레헴 주변에 세워 놓은 보안 장벽도 우울한 분위기를 더했다.

3천명의 기독교인들이 살고 있는 가자지구에서는 하마스와 파타간 폭력사태에 대한 우려로 성탄 전야 축하행사가 취소됐다.

마누엘 무살렘 신부는 "아이들은 올해 산타클로스가 너무 위험해서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마음 아파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24일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주둔 중인 영국군의 용기를 치하하고 임무 중 숨진 병사들을 애도하는 성탄 메시지를 발표했다.

가톨릭 국가 필리핀은 성탄절을 맞아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은 성탄 메시지를 통해 국민들에게 단합을 호소했다.

이슬람 국가인 아프가니스탄에서도 거리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꽃가게 주인 에이디 모하마드는 "탈레반 붕괴후 외국인들의 요청으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프레드릭 라인펠트 스웨덴 총리는 성탄절을 맞아 태어난지 한달된 돼지(`스물란') 한 마리가 크리스마스 식탁에 오르지 않도록 `사면'해 화제.
사건, 사고도 잇따랐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24일 크와줄루-나탈주에서 버스가 전복돼 승객 12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다치는 등 2건의 교통사고로 16명이 사망하고 50여명이 부상했다.

미국 플로리다주의 한 쇼핑몰에서는 24일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1명이 숨졌다고 현지 경찰이 밝혔다.

(바티칸시티.베들레헴.마닐라.카불.요하네스버그 AP.AFP.dpa=연합뉴스) yunzh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