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25일 구조조정본부를 해체하면서 외환위기 이후 재계에 등장했던 '구조본'시대가 막을 내렸다.

2003년 LG와 SK 등이 잇따라 구조본을 폐지한 이후 올 2월 삼성마저 구조본을 전략기획실로 축소 재편하면서 한화 홀로 구조본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던 터였다.

구조본은 외환위기를 계기로 탄생한 독특한 조직이다.

총수 직할 조직이라는 점에서는 과거 비서실과 다를 바 없지만 역할은 판이하게 달랐다.

구조본은 명칭 그대로 산하 계열사들의 구조조정을 이끌고 주력·비주력 사업을 총괄적으로 조정하는 역할을 했다.

부실 계열사 정리,인력 감축,자산 매각 등 계열사들에는 하나같이 껄끄러운 일들이 구조본 주도로 이뤄졌던 탓에 그룹 내 위상도 비서실보다 높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외환위기에 따른 충격을 극복하고 안정적인 경영기반을 갖추면서 구조본은 존폐의 논란에 시달리게 됐다.

한때 구조본 설치를 독려했던 정부가 "법적 책임이 없는 구조본이 계열사들에 대한 통제와 감독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고 도중에 태도를 바꾼 것도 구조본의 입지를 약화시켰다.

결국 LG는 2003년 초 지주회사 출범을 계기로 구조본을 없앴고 같은 해에 SK와 코오롱 등도 계열사별 독립경영체제를 강화한다는 이유로 구조본을 해체했다.

물론 조직 해체 여부에 관계 없이 총괄 조정이라는 구조본의 기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LG그룹은 ㈜LG가 출자 및 사업조정전략을 짜고 있고 삼성과 한화는 각각 전략기획실과 경영기획실로 조직을 재편했다.

처음부터 구조본 조직을 두지 않았던 현대자동차도 기획조정실을 통해 그룹의 중장기 사업 계획과 미래 비전을 구상하고 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