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제품과 서비스는 무서운 속도로 진화한다.

지하철에서 휴대폰으로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게 신기하다고 생각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이용자가 350만명이나 된다.

연초에 최신 뮤직폰을 친구들에게 자랑했는데 요즘엔 '구닥다리'란 말을 듣는다.

아무리 IT라지만 변화가 너무 빠르다.

통신요금이 너무 비싸 가계에 적잖은 부담을 주기도 한다.

2006년 한 해 불만도 많았다.

2007년 새해에 꼭 해결됐으면 하는 IT 소비자들의 소망 10가지를 정리했다.



① 초고속인터넷 해지 쉽게

초고속인터넷 계약을 해지하려면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한다.

초고속인터넷 업체들은 빠른 속도와 요금할인 등을 강조하며 가입자 유치에만 열을 올린다.

해지신청에 대해서는 아예 신경을 꺼놓고 있다.

개통하겠다고 할 땐 전화 한 통이면 득달같이 달려오면서 해지하겠다고 하면 온갖 꾀를 부려 피해다닌다.

해지 신청을 하고 싶어도 상담원과 통화하기 힘들다.

한참 동안 자동응답 기계음에 시달리다 분통을 터뜨리며 전화를 끊기 일쑤다.

해지가 된 후에도 모뎀을 회수해 가지 않고 멋대로 요금을 청구하거나 사용료를 빼가기도 한다.

재가입 전화공세에 시달리기도 한다.

새해에는 해지 절차가 간소화될까.

② 휴대폰 요금 너무 비싸


해마다 휴대폰 요금을 인하한다고 하는데 소비자가 느끼기엔 떨어진 것 같지 않다.

올해도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압력으로 발신자표시(CID) 요금을 무료화했다.

하지만 실제로 무료화한 사업자는 정부 인가를 받는 SK텔레콤뿐이다.

KTF와 LG텔레콤은 CID 요금을 받지 않는 요금제를 내놓았을 뿐이다.

내년에는 데이터통신 요금이 30% 내린다.

시민단체들은 데이터요금보다 인하효과가 큰 기본료나 문자메시지 요금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요금문제가 다시 불거질 것 같다.

터무니없이 많은 요금을 청구하거나 요금 정보를 제대로 알리지 않는 것도 문제다.

휴대폰 부당요금 민원은 2001년 562건에서 2005년 5219건으로 8배 이상 급증했다.

③ 휴대폰 너무 자주 바뀌네요


최신형 휴대폰도 6개월만 지나면 구형이 된다.

디자인과 사양이 한두 달 간격을 두고 바뀌기 때문이다.

고가품 수명이 짧아도 너무 짧다.

이동통신 회사가 한 해 동안 내놓는 모델은 회사별로 50~60종에 달한다.

올해는 특히 다양한 DMB폰이 쏟아져 나왔다.

'휴대폰 과소비'는 이제 사회문제가 됐다.

특히 패션에 민감한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끼친다.

세계 시장에서 기술 우위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신제품을 내놓아야 하는 휴대폰 업체 입장에도 일리가 있다.

새해에는 유행에 끌려가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모델을 골라 오래 쓰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 같다.

④ DMB공짜 서비스라지만…

직장인 K씨는 60만원이나 주고 지상파DMB폰을 구입해놓고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아 불만이 많다.

중간에 뚝뚝 끊기는 것은 예사고 신호가 아예 잡히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아무리 공짜 서비스라지만 심하다.

사업자들은 회사별로 수백억원씩 투자했지만 광고수익이 투자액의 1%에도 미치지 못해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지하철 구간 서비스는 포기해야 할 판이다.

사업자들은 정부에 손을 내밀었다.

양방향 데이터방송 등의 수익 모델을 찾느라 애를 쓰고 있다.

내년에는 서비스 지역이 전국으로 확대된다.

⑤ 내비게이션 지도 표준화를


내비게이션의 핵심은 지도다.

지도 정보가 제대로 돼 있어야 길에서 헤매지 않는다.

하지만 내비게이션마다 사용하는 지도가 달라 불편하다.

지도 정보에 오류가 있거나 품질에 불만이 있어도 다른 제품으로 바꿀 수 없다.

이런 상태로는 지도 제작사가 도산할 경우 업그레이드 중단이 불가피하다.

2004년 이후 최근 3년간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내비게이션 관련 소비자상담은 8754건.'길 안내 불충분''업그레이드 불가''지도정보 오류' 등이 주요 불만사항이다.

지도 호환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새해에는 뭔가 달라지려나.

⑥ 하루종일 가는 배터리 언제쯤…


휴대폰 노트북 디지털카메라 등 IT 제품을 재충전하지 않고도 하루 종일 사용할 순 없을까.

기술이 발전했다는 데도 배터리 수명은 아직 만족스럽지 못하다.

노트북 배터리는 기껏해야 6,7시간까지 지속된다.

그것도 노트북을 켜놓고 아무 작업도 안 할 때 얘기다.

실제 사용시간은 2~3시간이 고작이다.

디지털카메라 MP3플레이어 PMP도 마찬가지.사진 몇 장 찍다 보면 순식간에 배터리 수명이 끝난다.

충전식이 아닌 일반 배터리를 쓰면 배터리 비용이 카메라 구입비보다 더 들어간다.

최근 소니 배터리 폭발 현상이 발생하면서 배터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하루종일 마음껏 쓸 수 있는 배터리는 언제 나오는가.

⑦ 게임업체 보안에 신경써 주세요


올해 초 온라인게임 '리니지'에서 대규모 명의도용 사태가 발생한 후 온라인게임 보안이 핫이슈가 됐다.

네티즌들은 게임 회사의 보안을 믿을 수 없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중국 해커가 한국 게이머들의 회원정보나 사이버머니를 탈취해가는 사례도 수차례 적발됐다.

게임 사이트나 컴퓨터가 해킹을 당하면 게임머니는 물론 주민번호,통장 계좌번호 등 각종 개인정보가 빠져나간다.

제발 내년에는 중국 해커에게 개인정보나 게임 아이템을 빼앗겼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⑧ 스파이웨어 제발 없애주세요


남의 컴퓨터에 몰래 설치돼 개인정보를 빼가는 스파이웨어가 기승을 부렸다.

스파이웨어를 잡는다는 안티스파이웨어도 믿을 수 없다.

대다수 스파이웨어가 안티스파이웨어를 표방하기 때문.스파이웨어 때문에 컴퓨터가 망가져 분통을 터뜨린 소비자도 한둘이 아니었다.

사용자 동의 없이 계약기간을 연장해 돈을 빼가는 '자동연장결제'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다.

새해에는 스파이웨어 없는 세상에서 살 수 있을까.

⑨ 사이버문화 건전해져야 해요


인터넷 생활은 포털에서 시작해 포털에서 끝난다.

그만큼 포털의 위력은 크다.

하지만 포털의 사이버문화는 엉망이다.

개인정보가 포털에 둥둥 떠다니는가 하면 야동(야한 동영상)을 비롯한 음란물이나 광고물 등 원치 않는 '쓰레기' 정보도 넘쳐난다.

수시로 뜨는 음란성 블로그는 부모들을 경악케 한다.

어린 아이들이 마음놓고 포털 사이트를 정보 창구로 사용할 수 있도록 포털들이 관련 분야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

사이버 범죄에 대한 정부의 단속도 더욱 강화돼야 한다.

⑩ 북한 주민도 '일촌' 안 되나요

여러 여건 상 어렵겠지만 새해에는 북한 주민과 '일촌'을 맺고 채팅할 수는 없을까.

우리나라 싸이월드는 미국 중국 독일 일본 등지에 진출했다.

미국 마이스페이스닷컴은 수억명의 가입자를 모집했다.

사이버 세상에서 '세계적으로' 놀 순 없을까.

북한 주민과 채팅하고 중국인 미국인과도 관계를 맺고….이렇게 된다면 남북 간 이질감도 줄 테고 인터넷 세상에서 세계가 하나가 될 수 있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