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들의 권리보호에 강한 전통을 갖고 있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 소매업체들이 평일 개장시간 연장은 물론 금기시되던 일요일 영업까지 늘리고 있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최근 보도했다.

독일소매상협회(HDE)에 따르면 매장 영업시간 연장을 주도하고 있는 독일에선 베를린을 포함한 8개 지역이 일요일을 제외하곤 24시간 영업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베를린의 상당수 매장은 평일 오후 10시까지로 판매시간을 2∼4시간 연장했다.

개장이 허용된 일요일도 오후 8시까지 물건을 파는 곳이 많아졌다.

네덜란드 덴마크 벨기에도 일주일 중 하루는 저녁 늦게까지(8시나 9시) 가게문을 열 수 있도록 허용했다.

벨기에는 베를린처럼 영업 허가를 받은 일요일 수를 6일로 2배 늘렸다.

오스트리아의 대형 소매업체들은 영업시간을 주당 66시간에서 72시간으로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자국의 영업시간 제한으로 고객들을 독일 등 인근 국가에 빼앗기고 있다고 불평한다.

영국의 소매업체들도 일요일 개장이 영국 경제에 연간 27억달러의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하면서 영업 시간 규제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식 소비중심주의를 멸시해온 프랑스 조차도 공휴일 영업 제한을 해제할 경우 유발되는 이익에 관해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여론의 다수가 휴일 개장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지나 열차역,도시 교외 아울렛 매장,주유소 등에선 법적으로 빠져나갈 구멍을 이용해 영업시간을 연장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취리히 철도역에 입주한 100개에 가까운 매장과 스페인 최대 쇼핑몰 중 하나인 마드리드의 사나두,파리 도심의 샹젤리제 대로 등이 대표적 케이스다.

샹젤리제는 일요일 영업을 금지한 프랑스 노동법에서 예외 적용을 받고 있다.

IHT는 소매업체들은 개장 시간 연장이 소비자들,특히 한가한 쇼핑객과 직장 여성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일부 분석가들은 이런 추세가 소비자보다는 경제 회복을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독일의 경우 내년에 부가세 3%포인트 인상을 앞두고 예상되는 소비 위축에 대응해 영업시간 연장 정책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파리 소재 컨설팅 업체의 이코노미스트 니콜라 부주는 "가족식사,TV시청 등 전통적인 일요일의 휴식 문화가 사라지는 대신 쇼핑이 가족이 함께 즐기는 시간이 됐다"고 분석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