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위기에 둔감한 게임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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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정현 < 중앙대 교수.경영학 >
반도체산업,특히 메모리 분야는 세계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는 한국의 간판산업이다. 삼성전자가 처음 메모리 분야에 진입한 것은 1983년이었다. 그 해 2월8일 이병철 당시 삼성 회장은 반도체 산업에 진출한다는 '도쿄선언'을 발표했다.
그로부터 16년 후인 1999년 5월 삼성전자는 일본 '골든위크'를 노렸다. 골든위크는 국경일과 주말이 겹쳐 짧게는 5일,길게는 10일이나 계속되는 일본 최대의 연휴기간이다. 자금 압박에 시달리던 삼성전자는 골든위크가 시작되자마자 시장가격의 절반에 D램을 세계 시장에 쏟아부었다. 일본 반도체 업체들은 공장은 물론 지원,영업 등 모든 부서가 휴가를 떠나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골든위크가 끝나고 부라부랴 대응전략을 세웠지만 게임은 이미 끝나 있었다. 삼성전자가 연말까지 물량을 장악한 후였다. 이 해를 기점으로 일본 반도체 회사들은 몰락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산업에 진입한 지 정확히 16년 만에 스승인 일본 기업들을 격침시켰다. 이제 일본에 메모리 회사는 단 하나만 남았다.
메모리 산업의 경우와 정반대의 양상이 지금 한국 온라인게임 산업에서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게임 산업은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산업화에 성공했다. 현재 상용화된 대부분의 비즈니스 모델은 한국 업체들이 만든 것이다.
비디오게임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일본 게임회사나 PC게임에서 세계 최고인 미국 게임회사도 한국 온라인게임에서 한 수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고 있다. '동북공정(東北工程)'과 같은 외교문제에서 한국에 그토록 오만한 중국도 한국 온라인게임을 수입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얼마전 중국의 한 통신회사 회장이 온라인게임을 수입하기 위해 한국 게임회사를 찾았다가 1시간 동안 기다려 실무자인 과장만 만나고 돌아갔다. 물론 이는 결례(缺禮)일 수 있지만 그럴 만한 이유는 있었다. 어떤 게임이 성공하면 시도 때도 없이 중국 사장들이 몰려오니 이들을 다 만나 대접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 황금기를 구가하던 한국 온라인게임 산업에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다. 한국 업체의 독무대였던 세계 온라인게임 시장에 미국과 일본의 게임이 출현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게임의 독창성과 기획력,그리고 콘텐츠의 질에 있어 한국에 한참 앞서 있다. 일본 만화 '드래곤볼'의 상상력을 보라. 한국 유저를 사로잡은 '스타크래프트'의 스케일을 보라. 이런 콘텐츠가 온라인게임으로 바뀔 때 한국 게임은 과연 무엇으로 승부할 수 있겠는가. 중국은 영원한 하수(下手)로 보였다. 그러나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1위 게임은 한국산이 아닌 중국산으로 바뀌었다.
상황이 이렇게 달라졌는데도 정부도,게임회사도 여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올해 '바다이야기' 파동을 거치면서 정부 정책은 산업 진흥이 아닌 사행성 규제로 급선회했다. 싱가포르 네덜란드 일본 등의 정부가 게임산업 진흥책을 배우려고 한국 정부를 찾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정부의 진흥책은 2000년대 초 온라인게임 산업 초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정부는 게임산업의 질적 도약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청사진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게임회사 역시 위기에 둔감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 게임회사는 성장기가 아닌 성숙기에 대비한 전략,특히 구조조정을 해야만 하는 우울한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금까지 매출과 수익의 급성장을 기반으로 조직과 인력을 방만하게 운용해왔다. 그 후유증이 이제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내부 조직은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혼란에 빠져 있고 창업자가 지배하는 전략 부재(不在)의 경영은 한계에 직면했다. 게임회사는 이제 글로벌 경쟁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한국 삼성전자는 불과 16년 만에 스승인 일본을 격침시켰다. 한국 온라인게임 산업이 탄생한 지 이제 10년. 세계의 모든 게임산업이 온라인화돼 기회가 도래하고 있는 지금 한국의 게임산업은 재도약이냐 몰락이냐의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반도체산업,특히 메모리 분야는 세계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는 한국의 간판산업이다. 삼성전자가 처음 메모리 분야에 진입한 것은 1983년이었다. 그 해 2월8일 이병철 당시 삼성 회장은 반도체 산업에 진출한다는 '도쿄선언'을 발표했다.
그로부터 16년 후인 1999년 5월 삼성전자는 일본 '골든위크'를 노렸다. 골든위크는 국경일과 주말이 겹쳐 짧게는 5일,길게는 10일이나 계속되는 일본 최대의 연휴기간이다. 자금 압박에 시달리던 삼성전자는 골든위크가 시작되자마자 시장가격의 절반에 D램을 세계 시장에 쏟아부었다. 일본 반도체 업체들은 공장은 물론 지원,영업 등 모든 부서가 휴가를 떠나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골든위크가 끝나고 부라부랴 대응전략을 세웠지만 게임은 이미 끝나 있었다. 삼성전자가 연말까지 물량을 장악한 후였다. 이 해를 기점으로 일본 반도체 회사들은 몰락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산업에 진입한 지 정확히 16년 만에 스승인 일본 기업들을 격침시켰다. 이제 일본에 메모리 회사는 단 하나만 남았다.
메모리 산업의 경우와 정반대의 양상이 지금 한국 온라인게임 산업에서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게임 산업은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산업화에 성공했다. 현재 상용화된 대부분의 비즈니스 모델은 한국 업체들이 만든 것이다.
비디오게임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일본 게임회사나 PC게임에서 세계 최고인 미국 게임회사도 한국 온라인게임에서 한 수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고 있다. '동북공정(東北工程)'과 같은 외교문제에서 한국에 그토록 오만한 중국도 한국 온라인게임을 수입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얼마전 중국의 한 통신회사 회장이 온라인게임을 수입하기 위해 한국 게임회사를 찾았다가 1시간 동안 기다려 실무자인 과장만 만나고 돌아갔다. 물론 이는 결례(缺禮)일 수 있지만 그럴 만한 이유는 있었다. 어떤 게임이 성공하면 시도 때도 없이 중국 사장들이 몰려오니 이들을 다 만나 대접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 황금기를 구가하던 한국 온라인게임 산업에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다. 한국 업체의 독무대였던 세계 온라인게임 시장에 미국과 일본의 게임이 출현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게임의 독창성과 기획력,그리고 콘텐츠의 질에 있어 한국에 한참 앞서 있다. 일본 만화 '드래곤볼'의 상상력을 보라. 한국 유저를 사로잡은 '스타크래프트'의 스케일을 보라. 이런 콘텐츠가 온라인게임으로 바뀔 때 한국 게임은 과연 무엇으로 승부할 수 있겠는가. 중국은 영원한 하수(下手)로 보였다. 그러나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1위 게임은 한국산이 아닌 중국산으로 바뀌었다.
상황이 이렇게 달라졌는데도 정부도,게임회사도 여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올해 '바다이야기' 파동을 거치면서 정부 정책은 산업 진흥이 아닌 사행성 규제로 급선회했다. 싱가포르 네덜란드 일본 등의 정부가 게임산업 진흥책을 배우려고 한국 정부를 찾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정부의 진흥책은 2000년대 초 온라인게임 산업 초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정부는 게임산업의 질적 도약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청사진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게임회사 역시 위기에 둔감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 게임회사는 성장기가 아닌 성숙기에 대비한 전략,특히 구조조정을 해야만 하는 우울한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금까지 매출과 수익의 급성장을 기반으로 조직과 인력을 방만하게 운용해왔다. 그 후유증이 이제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내부 조직은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혼란에 빠져 있고 창업자가 지배하는 전략 부재(不在)의 경영은 한계에 직면했다. 게임회사는 이제 글로벌 경쟁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한국 삼성전자는 불과 16년 만에 스승인 일본을 격침시켰다. 한국 온라인게임 산업이 탄생한 지 이제 10년. 세계의 모든 게임산업이 온라인화돼 기회가 도래하고 있는 지금 한국의 게임산업은 재도약이냐 몰락이냐의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