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전 총리는 매사에 신중하다.

언행과 정책수행과정에서 실수한 사례를 좀처럼 찾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소극적이라는 평가도 동시에 받는다.

정치인 출신의 다른 대선 예비주자들이 어떤 이야기든 시원하게 '내지르는' 것에 비해 답답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고 전 총리는 적극적인 반론을 폈다.

신중한 태도와 소극적인 자세는 180도 다르다며 선을 그은 것이다.

그는 "정책결정 과정에서는 최대한 신중을 기하는 것은 맞다"고 시인한 뒤 "그렇지만 한번 결정한 정책을 추진하는데 좌고우면해본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장 재임 당시 2기 지하철 4개 노선을 일제히 착공했던 것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그는 "노선지정 과정에서의 민원과 예산 확보의 어려움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며 '지옥철로 불리는 지하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시민과의 약속이라 추진력을 발휘해 이뤘다"고 설명했다.

또 서울시장 시절 행한 4500여명의 구청 공무원에 대한 일시 인사이동 조치도 적시했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구청 간 인사교류가 이뤄지지 않아 건설과 수도를 비롯 정기적으로 인사가 필요한 5개 부서의 공무원 인사가 몇 년째 이뤄지지 않았던 것을 한번에 해결했다는 것이다.

그는 "향후 예상되는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인사이동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서울시 개청 이래 가장 대규모의 인사이동을 감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오랜 관료생활을 통해 몸에 밴 신중함이 묻어났다.

그는 "중앙부처에서 시작한 공무원 생활 초창기,잘못 내려진 공문이 시·군은 물론 읍·면·동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혼란을 안겨주는 것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끝까지 듣는 소통의 리더십이 중요하다"면서 "모든 정책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신중한 결정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