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 삼성경제연구소 등 연구 기관들이 내년에는 신규 일자리가 올해보다 더 줄어들 것이란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경기가 나빠지는 탓도 있지만 경제성장률 수준만큼 일자리가 생겨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새 일자리의 질마저 좋지 않다.

청년층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드는 가운데 중·고령 취업자를 대상으로 한 근속 연수가 짧고 임금이 낮은 서비스업 일자리가 가장 많이 늘고 있다.


○새 일자리 30만개 밑돌 듯

삼성경제연구소는 26일 '최근 일자리 창출의 특징과 향후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신규 일자리는 올해 예상치(30만개)보다 2만개 줄어든 28만개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신용카드 사태 등으로 일자리가 3만개 감소했던 2003년 이후 4년 만의 최저치다.

연구소는 경제성장세 약화,원고(원화가치 상승) 등으로 인한 기업 수익성 악화를 원인으로 꼽았다.

KDI도 '2006년 4분기 경제 전망'을 통해 "단기간 내에 경제활동 참가율이 획기적으로 증가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일자리가 매년 30만개 이상 증가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KDI는 특히 2007년 경제활동 참가율과 실업률이 올해와 같은 수준이라고 가정할 경우 새 일자리 창출은 25만개 내외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자리의 질도 나빠져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창출된 30만개 일자리를 분석한 결과 50대 이상 고령자 위주로 일자리가 생겼다고 분석했다.

올 1~11월 50대 이상 취업자는 35만6000명 증가한 반면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오히려 18만5000여명이 감소한 것.이는 청년층이 힘든 일을 기피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또 최근 2년간 생긴 일자리 대부분이 사회서비스업 사업서비스업 등에서 창출됐는데 질적으로 부실하다고 연구소는 밝혔다.

즉 이들 업종의 근속 기간은 각각 4년과 4.4년에 불과하고 월 급여액 수준은 전 산업 평균 임금 수준(188만8000원)을 하회한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전기·가스·수도 금융보험 통신업 등 근속 연수가 길고 월 급여가 많은 '괜찮은' 일자리는 한 해 7만8000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설명했다.


◆서비스시장 집중 육성해야

삼성경제연구소는 “일자리의 양과 질을 늘리려면 신규 서비스업을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밝혔다.

즉 고용유발효과가 큰 관광.문화.지식서비스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고령화 추세 등을 감안 할 때,보건 교육 등 사회서비스 부문도 향후 지속적으로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며 이 부분을 고부가가치형 산업으로 변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서비스 산업의 발전을 위해선 개방과 규제완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DI는 “정부가 실현 가능성이 높은 일자리 증가목표를 제시해 고용정책의 신뢰성을 높여야한다”고 지적했다.

일자리는 시장에 의해 창출된다는 점을 감안해 보다 현실적인 일자리 창출 계획을 세우고 내실있게 추진해야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2004년 이후 매년 40만개 일자리 증가를 목표로 제시해왔지만 향후 연간 3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긴 어렵다는 게 KDI의 분석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