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4대 그룹 회장 간의 만남은 다른 모든 것을 떠나 만남 자체만으로 의미가 크다는 게 재계의 반응이다.

지금까지 노 대통령이 공식 행사나 기업체 현장 방문 등을 통해 대기업 총수를 만난 적은 있지만 재계를 대표하는 4대 그룹 회장만을 따로 불러 청와대에서 별도의 시간을 갖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재계는 이번 회동에 대해 그동안 비자금 사건과 분식회계 사건 등으로 인해 정부와 재계 간의 '닫힌 관계'가 해소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건희 회장의 경우 지난 2월 귀국 이후 '삼성 공화국' 논란이 가라앉으면서 이번 회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대내외 활동을 재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경우 지난 10월 충남 당진의 현대제철 기공식을 통해,구본무 LG 회장은 4월 LG필립스LCD 파주공장 준공식에서,최태원 SK㈜ 회장은 노 대통령 해외순방 동행 등을 통해 노 대통령과 짧은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반면 이 회장은 거의 만 1년 만에 정식 만남이 이뤄지는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회동에 대해 "재계 분위기를 대통령이 직접 가감 없이 전해듣고 기업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한편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통한 사회 분위기 변화에 기업의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여수 세계 박람회와 동계 올림픽 등 국제적 행사의 국내 유치활동에 대한 재계의 지원도 직간접적으로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도 노 대통령과 4대 그룹 총수의 만남에 대해 사뭇 기대하는 분위기다.

올 연말에는 이뤄지지 않은 경제인 사면과 각종 규제 완화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재계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는 모처럼만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재계는 이번 만남에서 '정부가 기대하는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힘과 동시에 이를 위해서는 투자 확대가 우선시돼야 하는 만큼 정부가 규제 완화에 적극 나서줄 것을 건의할 전망이다.

특히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는 상법 개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대통령에게 직접 우려를 표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일단 재계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을 통해 건의내용을 취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심기·유창재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