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도 기존의 입지를 바탕으로 한 종목군 중심의 서열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국투자증권은 26일 "지난주말 기준 시가총액이 1조원이 넘어서는 종목은 108개였고, 이 가운데 IMF체제 이후 설립됐던 기업은 4개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그나마 기존 재벌그룹의 후광을 입었던 글로비스와 정부규제 산업을 영위하고 있는 강원랜드를 제외하면 최근 설립돼 주식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기업은 NHN미래에셋증권 2개에 그치는 셈.

1990년대 이후 설립돼 '1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린 종목의 수도 10개에 불과했다.

특히 시가총액 1조원 클럽에 속한 종목 중 1980년대에 설립된 종목수보다는 1970년대 설립 기업의 수가 더 많고 1970년대보다는 1960년대가 더 많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지적했다.

이는 개발 연대 초기에 자리잡기 시작한 기업간 서열 구조가 시간이 갈수록 강화돼 왔고, 성장 자체가 정체된 IMF 이후에는 이런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 증권사 김학균 연구원은 "과거 코스닥 시장을 이끌 수 있는 스타 종목군으로 기대를 모았던 상당수 벤처 황제주들 중 지금까지 제대로 성장을 한 기업이 몇개나 되는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역동성을 상실하면서 성장속도가 정체된 사회경제 환경하에서는 신생 기업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해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배샛별 기자 sta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