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과 부동산을 언제,어떻게 처분해야 하나.

은퇴 이민을 고려하고 있는 5060세대의 최대 고민거리다.

이민자들은 필요 자금의 상당 부분을 부동산 매각 대금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하지만 이민의 성패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국내에 있는 모든 부동산을 처분하고 떠나기에는 왠지 찜찜한 것 또한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부동산을 일시에 모두 처분하고 떠나는 것은 위험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해외에서 일거리를 찾는 게 사실상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할 때 일정분의 수입을 국내에서 발생시키는 것이 안전하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자칫 이민에 실패하고 귀국할 경우에 대비해 근거지를 남겨둘 필요가 있다는 뜻도 담겨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은 "1주택자라면 국내의 집을 매각하고 현지 주택을 구입하는 것보다,국내 집을 월세 계약을 통해 매달 임대료를 받아 현지에서 생활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물론 임대는 3년 이상 장기 계약이 바람직하다.

다만 2주택 이상 보유자는 보유세가 큰 주택을 매각해 은퇴자금으로 활용해도 괜찮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만만치 않은 데다 외국에서 일일이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그 이유다.

따라서 다주택자의 경우 장기적으로 가격 상승 가능성이 점쳐지는 재건축 아파트나 재개발 주택 등으로 포트폴리오(자산 배분)를 단순화할 것을 전문가들은 권하고 있다.

또 매달 고정 수익을 낼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으로 갈아 타는 것도 바람직한 전략이다.

특히 단지내 상가와 역세권 오피스텔의 경우 임대료가 안정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현지에서 연금 대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향후 투자수익까지 노려볼 수 있는 이점도 있다.

그러나 수익형 부동산 중에서도 경기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쇼핑몰이나 복합상가 등은 피하는 게 낫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팀장은 "은퇴 이민자라면 매달 임대료가 안정적으로 나올 만한 역세권 상가나 소형 건물,오피스텔 등이 유용하다"면서 "요즘에는 해외에서도 금융 거래가 가능해 매달 임대료를 은행계좌로 손쉽게 송금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 아파트 상가 오피스텔 등을 남겨 놓는다면 반드시 관리인을 따로 지정해 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부동산 임대관리를 위한 출입국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자녀와 친인척을 활용하면 관리비용을 줄일 수 있고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믿을 만한 부동산 중개인에게 의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요즘은 은행 PB(프라이빗 뱅킹) 센터가 은퇴 이민 후 각종 계약 갱신 업무와 공과금 납부까지 대행해주기 때문에 주거래은행에서 제공하는 관련 서비스를 활용해도 된다.

PB센터가 아니라도 은행 해외이주센터에서 해외 거주자를 위한 부동산 절세요령과 해외 금융거래법 등을 알려주고 있는 만큼 은퇴 이민을 앞뒀다면 반드시 상담을 받아보는 게 좋다.

부동산 임대계약을 맺는다면 임차인과 협의,가급적 장기로 계약해야 한다.

임대차 계약서에 자동 갱신 조항을 달아놔도 괜찮다.

물론 국내 은행계좌와 보유 중인 신용카드는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