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선진국 중에서도 손꼽히는 고령화 사회다.

올 상반기 말 현재 65세 이상 고령자는 264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0.7%에 달했다.

내년부터는 1947~1949년 사이에 태어난 '단카이(團傀·일본판 베이비 붐) 세대'의 정년 퇴직이 본격화한다.

이들은 고도 경제 성장기의 주역으로 주머니 사정이 넉넉해 새로운 소비 주력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은퇴자들의 주거 트렌드에도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다.

1980년대 버블(거품) 경제 후 붐을 이뤘던 해외 장기 이주는 인기가 시들해졌다.

해외 장기 거주는 1990년대 중반까지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이 인기를 모았다.

버블 경기 덕분에 재산을 모은 상류층들이 노년기를 선진국에서 풍족하게 지내려는 경향이 강했다.

그 뒤 거품 경제가 꺼지면서 2000년대 초반까지는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물가가 싼 동남아시아 지역이 새롭게 주목받았다.

연금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남아는 일본에 비해 생활 여건이 떨어져 2005년 이후 조기 귀국자가 잇따랐다.

여기다 올 들어 은퇴자를 노린 분양 사기 사건이 여러 건 적발되면서 해외 이주를 꺼리는 분위기가 퍼져 국내로 눈을 돌리는 은퇴자들이 늘고 있다.

그들은 농촌으로 내려가 전원생활을 하려는 계층과 도심의 유료 양로원(노인홈)을 찾는 계층으로 양분된다.

따라서 인구 감소를 겪고 있는 농·어촌 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은 온갖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은퇴자 유치에 적극적이다.

올 들어 아오모리현은 60대 이상을 대상으로 일주일간 전원 체험 투어를 실시,농가 민박을 제공해 실제로 현지 체험을 한 뒤 이주를 유도하고 있다.

시마네현은 도쿄에 사무실까지 내고 은퇴자 유치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유료 양로시설(일본명 노인홈)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 중심부에 고급 양로시설들이 입주자 모집에 한창이다.

그동안 유료 양로시설은 주로 도시 외곽 전원 지역에 들어섰으나 최근 도심으로 'U턴'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노년층들이 병원이나 문화시설 등을 고려해 도심 거주를 선호해서다.

덕분에 노인홈은 7월 말 현재 2189개소로 6년 전에 비해 6배 이상 급증했다.

상당수 노인홈은 의사 간호사 등이 상주하는 고급 시설이다.

1인당 거주 공간은 20㎡ 정도로 50호 정도가 기본이다.

이용료는 일시금 50만~100만엔,월 10만~25만엔 수준.도쿄 시내 고토엔처럼 노인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어린 아이들의 보육 시설을 함께 운영해 인기를 끄는 곳도 있다.

최근에는 뜻 맞는 사람들끼리 조합을 만들어 자신들이 원하는 지역에,원하는 형태로 공동 주거지를 만들어 입주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