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자동차 산업은 지난해의 정체 국면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내수 시장에서는 소비 부진이,수출에서는 원화 강세(환율 하락)가 자동차 업체들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 자동차 생산은 지난해보다 4~5% 증가하는 데 그치며 400만대 돌파에 만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내수 회복 기대

주요 연구기관들은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이 4%대 초반이었던 지난해보다 소폭 하락,3%대 후반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유가와 북핵문제 등 소비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여전한 데다 최근에는 대출 급증에 따른 가계 부실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 같은 전망에 근거해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올해 자동차 내수 판매가 지난해보다 4.3% 증가하는 데 그친 12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7~10인승 자동차의 등록세 인상,배출가스 자기진단장치(OBD) 장착 의무화에 따른 차량 가격 인상 등도 자동차 내수 판매에 부정적인 요인이다.

현대차의 프리미엄 대형 세단 BH(프로젝트명)의 출시가 내년으로 연기되는 등 올해 출시 예정인 신차의 종류가 지난해에 비해 적다는 것도 자동차 업체들에는 부담이다.

다만 하반기에는 소비가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내수 판매 회복이 기대된다.

지난해 10월을 기준으로 10년 이상된 노후차량의 비중이 26.4%에 달하고 평균 차령이 6.8년에 이르는 등 잠재적인 대체 수요가 크다는 점도 희망적인 부분이다.

○해외시장 품질로 승부

올해도 원화 강세(환율 하락)가 자동차 수출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대부분의 연구기관과 기업들은 올해 원·달러 환율이 910원 안팎에 머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환율 하락은 자동차 수출의 수익성을 떨어뜨려 수출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고 가격 인상은 다시 해외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아 판매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생길 수도 있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질 때마다 현대차는 1200억원,기아차는 800억원의 매출 손실을 입고 있는 상황이다.

환율 하락으로 수출 채산성이 악화되는 가운데서도 국산 자동차의 품질이 해외에서 잇따라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특히 최근 미국에서 현대차의 중고차 가격이 다소 오른 것으로 나타나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초기품질은 물론 내구품질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르노삼성과 쌍용차가 수출 확대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수출 증가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올해 자동차 수출이 지난해보다 4.9% 늘어난 28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중·대형 승용차와 RV(레저용 차량) 등 고수익 차종의 수출 증가로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12% 증가한 48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협회는 내다봤다.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의 본격 가동 등에 힘입어 해외 생산은 지난해보다 25% 증가한 125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