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강국의 산실'로 불리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28일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ETRI는 1976년 출범 후 30년간 한국 IT산업 발전을 주도했다.

1가구 1전화 시대를 연 전전자교환기(TDX) 개발(1986년),이동통신 강국을 실현한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상용화(1996년),와이브로와 지상파 DMB 개발(2006년) 등 10년마다 굵직한 '건'을 터뜨렸다.

특히 TDX,CDMA,와이브로는 'ETRI 3대 개발'로 꼽힌다.

여러 정부 출연 연구기관 중 하나에 불과했던 ETRI가 널리 알려진 것은 1986년 3월 TDX 국산화 성공 때다.

TDX는 한꺼번에 몰려드는 수많은 전화 신호를 시간적으로 분할해 여럿이 통화할 수 있게 하는 시분할 교환기.당시 한국은 TDX보다 훨씬 성능이 떨어지는 교환기를 전량 수입해 사용하는 통신 후진국이었다.

TDX 국산화로 전화 적체 문제는 일시에 해소됐다.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던 백색전화는 사라졌고 '1가구 1전화 시대'를 구현한 통신 선진국으로 도약하게 됐다.

TDX 개발을 주도했던 오명 당시 체신부 장관과 양승택 개발단장,서정욱 한국전기통신공사 사업단장은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눈물을 흘리곤 한다.

이들은 "실패하면 처벌을 받겠다는 혈써까지 써가며 5년 만에 개발했다"고 회고한다.

TDX 개발 10년 만인 1996년 ETRI는 CDMA 상용화 기술을 개발했다.

CDMA는 미국에서 군사용으로 개발됐으나 상용화되지 못했다.

ETRI 연구진은 이동통신 장비 간 통화가 균일하게 이뤄지게 하는 CDMA 기술을 완성했다.

그 결과 한국은 'CDMA 종주국'이 됐고 '1인 1휴대폰 시대'를 열었다.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퀄컴에 로열티를 지불하지만 ETRI는 퀄컴으로부터 기술료를 받는다.

다시 10년 뒤인 2006년 ETRI는 또 하나의 통신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이 기술은 시속 100km로 달리는 차 안에서도 초고속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차세대 통신 서비스로 ETRI가 삼성전자 LG전자와 함께 개발했다.

이 기술의 상용화로 한국은 세계 휴대인터넷 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됐다.

ETRI가 30년 동안 개발한 기술의 경제적 효과는 얼마나 될까.

ETRI 자체 분석 결과 파급효과는 최소 104조원에 달한다.

구체적으로는 △TDX 7조원 △D램 9조6000억원 △CDMA 56조4000억원 △지상파 DMB 5조4000억원 △와이브로 5조원 △기타 기술 20조9000억원 등이다.

ETRI가 'IT코리아의 산실'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막강한 맨파워에 있다.

전체 연구 인력의 93%가 석·박사급이다.

한국 최초의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최순달 전 체신부 장관,KAIST 석좌교수로 재직 중인 경상현 전 정보통신부 장관,동명정보대학 총장인 양승택 전 정보통신부 장관 등이 ETRI 출신이다.

전자공학 컴퓨터공학 전산학 등 관련 대학교수 인력 중 1100여명이 ETRI 동문이다.

동문 기업도 많다.

아펙스 핸디소프트 서두인칩 빛과전자 케이엘테크 해빛정보 등 13개 동문 기업이 코스닥에 상장됐다.

2000년 이후 250개 벤처기업이 태어났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