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신곡(神曲)'에서 연옥의 문을 지키는 사람은 칼을 든 천사들이다. 연옥을 지나 황금촛대를 든 신비로운 행렬 속에서 꽃을 뿌리는 사람도 천사다. 9개의 천계를 통과하여 우주의 가장 높은 곳인 '제10하늘'의 광명천(光明天) 계단에도 천사들이 성인들과 함께 앉아 있다. 단테는 자신이 평소 고민했던 종교문제를 신곡을 통해 상징적인 해답을 제시하고 있는데 천사들의 존재가 눈길을 끈다.

성경에는 구약 신약을 막론하고 천사에 대한 얘기들이 종종 등장한다. 천사는 지적이고,감정을 표현하며,의지를 가졌다고 말한다. 사람의 형상과 비슷한 하나님의 피조물이지만 순수한 영적 존재여서 죽음 같은 것과는 상관이 없고,지식과 능력면에서는 사람보다 월등하다고 한다. 신과 인간의 중간자인 셈이다.

신학자인 토머스 아퀴나스가 분류한 천사들의 계급도 흥미롭다. 제9계급인 엔젤(Angel)은 인간과 가장 닮아 이교도와의 전쟁때 사병노릇을 하고,한 계급 아래인 아크 엔젤은 여호아로부터 받은 계시를 인간에게 전해주는 중개자라는 식으로 천사들의 소속과 역할을 구분했다.

동서양의 신화나 설화에도 등장하는 천사가 본격적으로 탐구되기 시작한 것은 11세기 무렵 신학자들에 의해서였다고 한다. 과연 천사가 존재하느냐,어떠한 능력을 가졌으며 활동의 범위는 어느 정도인가에 연구의 초점을 맞췄다. 이를 계기로 문학과 미술분야 등에서 천사는 다양하게 묘사되곤 했다. 아직도 천사에 대한 연구는 진행형이다.

비종교인들 사이에 천사를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의 81%가 천사의 존재를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실시한 AP통신과 AOL의 공동 설문조사에서 밝혀진 것이다.

후광 속에 날개를 달고서 우리 주위를 맴도는 천사는 인간의 이성과 경험으로는 알 수 없는 신비한 그 무엇을 가졌다. '25시(時)'의 작가 게오르규는 맨발로 다니는 천사를 두고 해방과 탈속,군더더기 없는 순수를 의미한다고 했다. 종교의 유무를 떠나 진정한 천사의 음성이 기다려지는 요즘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