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을 강타한 지진으로 대만과 홍콩을 잇는 해저 광케이블이 끊겨 아시아 역내 통신·금융전산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통신 회선의 완전 복구에는 적어도 2주가 걸릴 것으로 보여 피해는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대만 남부 해안에는 26일 오후 8시26분 리히터 규모 7.1의 첫 강진이 발생한 이후 27일까지 11차례의 지진이 이어졌다.

대만 기상청은 앞으로도 1~2주 내에 리히터 규모 5 이상의 여진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지진으로 한국과 대만 홍콩 중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을 연결하는 통신망에 심각한 장애가 발생했다.

정보통신부는 해저 광케이블망이 끊기면서 국내 은행이나 기업 등이 사용하는 120여개 전용회선이 모두 불통됐다고 밝혔다.

또 1000여개 일반 전화선과 100여개 인터넷 회선도 한동안 불통됐으나 27일 저녁 우회 노선을 연결하면서 통신이 재개됐다고 설명했다.

KT LG데이콤 등이 운영하는 대만 경유 전용회선은 모두 120여개로 파악됐다.

이 전용회선을 통신사업자로부터 임대해 사용하는 곳은 외환은행 국민은행 메트로라이프 외교통상부 로이터 포스데이타 등 100여개다.

KT 관계자는 "전용회선에 대해서는 각국 통신사업자 간 우회 협정이 체결되지 않아 우회 노선을 열 수 없다"면서 "끊긴 전용회선을 복구하는 데는 2주 이상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용회선이 타격을 받으면서 금융 분야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 홍콩에 인증 서버를 두고 있는 한국씨티은행과 HSBC은행 BOA 등 36개 외국계 은행 국내 지점의 전산망이 마비돼 업무가 이뤄지지 못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이날 오전 10시50분께부터 지점 창구와 현금자동입출금기(ATM),현금자동지급기(CD),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다.

씨티은행은 이날 밤 국내망을 복구했다고 발표했으나 해외 송금 등은 여전히 차질을 빚고 있다.

HSBC은행 서울지점도 이날 오전부터 전산망이 마비돼 지점 창구와 홈페이지를 통한 금융 서비스를 중단했다.

로이터 등의 정보 서비스가 끊기면서 국내 은행들의 외환 거래도 차질을 빚었다.

한편 가장 피해가 큰 홍콩은 인터넷 접속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이며 홍콩에서 일본으로 나가는 유선전화의 통화 용량은 평소의 11%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우덕·고기완·현승윤 기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