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후 3개월을 갓 넘긴 일본 아베 신조 내각이 연이은 악재로 궁지에 몰리고 있다.

아베 총리가 성장 우선 경제정책을 밀어붙이기 위해 기용했던 세제조사회의 혼마 마사아키 회장이 지난주 여성 스캔들로 낙마한 데 이어 사다 겐이치로 행정개혁상이 정치자금 문제로 27일 사임했다.

사다 겐이치로 행정개혁상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문제가 된 정치 자금은 1990년부터 2000년 사이에 발생해 정치자금 규정법상 시효가 지났으나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6선 중진 의원인 사다 행정개혁상은 실체도 없는 사무소의 경비를 정치자금 보고서에 허위로 기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 사임 압박을 받아왔다.

사다 행정개혁상이 이끄는 정치단체인 '사다 겐이치로 정치연구회'는 1990년 발족 당시부터 2000년까지 도쿄에 임대 계약서도 없는 유령 사무소를 두고 난방비와 사무비 등으로 약 7800만엔을 지출했다는 허위 보고서를 국가에 제출했다.

혼마 세제조사 회장에 이어 사다 행정상의 불명예스러운 퇴진은 아베정권에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아베 총리의 잇따른 인사 실패에 대한 여권 내 비난이 커져 강력한 정국 운영을 표방해온 아베 총리의 리더십도 약해지게 됐다.

야당인 민주당은 내년 1월 말 열리는 정기국회에서 총리의 잘못된 인사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며 공세를 취하고 나섰다.

아베 총리는 취임 직후 중국 한국을 방문해 양국과의 관계를 개선시키는 등 외교에선 어느 정도 후한 점수를 받았으나 내정에서는 자신의 목소리를 못낸다는 지적을 받아온 데 이어 이 같은 악재까지 겹쳐 인기가 더욱 떨어지고 있다.

각 언론사 여론조사에 따르면 취임 직후 70% 선에 달했던 아베 내각 지지율은 50%대 밑으로 떨어졌다.

일부 주간지들은 내년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상반기에 아베 총리가 물러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까지 하고 있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