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내 통합신당파와 당 사수파가 당의 진로를 놓고 27일 정면격돌했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국회에서 의원 워크숍을 열고 당의 진로에 대한 합의 도출을 시도했지만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의원들은 '정치권 안팎의 평화개혁세력 대통합 추진'이라는 명제에는 동의하면서도 전당대회 준비위원회의 성격,통합수임기구 구성 안건의 전대 상정 여부 등을 둘러싸고 극심한 마찰을 빚었다.

양형일 김형주 오영식 임종석 의원 등 각 정파를 대표하는 의원 4명이 지정 토론에 나섰고,개별 의원들의 자유토론이 이어졌다.

참여정치실천연대 대표인 김형주 의원은 당 사수파를,희망21 소속 양형일 의원과 임종석 의원은 통합신당파를,'광장' 소속인 오영식 의원은 중도파를 각각 대변했다.

김형주 의원은 "정치공학적으로 시도하는 통합으로 보여서는 감동을 줄 수 없다"며 통합신당파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그는 "대통합이 창당 초심을 지켜온 당원들의 여망을 담아 새로운 시대정신과 좌표로 승화돼야 한다"며 당의 '리모델링'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양형일 의원은 "중요한 건 민심이 우리를 떠났다는 것"이라며 "(당의 진로에 관한) 진정한 합의가 어려우면 '합의이혼'도 검토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임종석 의원도 "현재 평화개혁세력은 사분오열돼 있고 열린우리당이 중심이 아닌 만큼 통합신당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이제는 신당을 창당해 평화개혁세력이 재결집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반면 중도파인 오영식 의원은 "평화개혁세력을 대통합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분열을 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통합신당으로 가는 방향은 맞지만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당대회를 놓고서도 양측은 사사건건 대립했다.

당 사수파인 신기남 전 의장은 "국회의원만으로 당의 진로를 결정해선 안 되며,지지자와 당원 중앙위원까지 포함해 당 진로를 결정해야 한다.

2월 전대를 미루고 3월 중순에 전대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통합신당파인 최규식 의원은 "현실을 직시하고 당의 상태를 인정해 통합신당을 추진해야 한다"며 "전대에서 새 지도부를 구성해 그 지도부가 통합을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이날 워크숍은 내년 2월14일 민주평화개혁세력과 미래세력의 대통합을 위한 전당대회를 열고 이를 통해 당의 진로에 대한 논란이 종식될 수 있도록 한다는 어정쩡한 결론을 도출하는 것으로 종결됐다.

한편 의원들을 상대로 당 진로 설문조사를 주도했던 박병석 의원은 워크숍에서 설문조사 결과를 처음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조사대상 85명 중 94.1%인 80명이 통합신당에 찬성했고 2명만이 반대의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