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지진으로 인한 해저 케이블 단절로 싱가포르에 인증 서버를 두고 있는 한국씨티은행과 홍콩에 전산센터가 있는 HSBC 등 국내 진출 36개 외국계 은행 지점의 전산 시스템이 27일 완전 마비됐다.

인터넷뱅킹은 물론 자동화기기(ATM 및 CD)와 내부 시스템도 다운돼 고객들은 종일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국내 은행들의 경우 국내 금융거래(소매금융)에는 문제가 전혀 없지만 홍콩 및 싱가포르 지역 은행과 거래하는 외환 및 외화자금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정상화까지는 시간 걸릴 듯

한국씨티은행 등은 이날 밤 늦게까지 복구작업을 벌였지만 언제 완전 정상화할지는 확실치 않은 상태다.

근본적으로 국내 전산망에서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싱가포르의 인증 서버와 연결된 해저 케이블이 끊어진 데 따른 것이어서 국내 거래가 정상화하더라도 해외 업무를 포함한 완전 복구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HSBC,BOA 등은 전산 시스템 자체가 해외에 있어 우회선을 확보할 때까지는 업무 정상화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HSBC는 "대체망 사용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을 놓고 대책회의를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BOA는 다른 나라 망을 우회하는 방식으로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시중은행 해외 지점도 차질

국민 외환은행 등 일부 시중은행의 해외 지점도 영업에 차질을 빚었다.

외환은행은 중국의 톈진 다롄 베이징 상하이 등 4개 해외 지점이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고 홍콩지점과 본점 간 거래도 지연되고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KT의 전용회선 피해로 중국 지점과 교신이 안돼 신용장(LC) 개설 등 대중국 수출입 업무를 처리하지 못했다"며 "KT가 복구에 2주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노선을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 항의 빗발

한편 외국계 은행 창구에는 급하게 돈을 찾거나 송금을 해야 하는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씨티은행 창구 직원들은 이날 종일 은행 입구에서부터 고객들을 내보내는 일만 해야 했다.

소매금융 지점이 있는 본점 건물 지하 1층 에스컬레이터 입구에선 직원 2명이 고객들이 올 때마다 "모든 은행 업무가 마비돼 어떤 일도 볼 수 없다"며 고객들을 돌려보냈다.

한미은행과 통합하기 전부터 10년째 씨티은행을 이용했다는 조모씨(51·여)는 "어떻게 모든 업무가 마비될 수 있느냐"며 "돈을 다른 은행으로 옮길까도 생각 중"이라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은행 창구는 오후가 되면서 고객들이 몰리지 않았지만 한 고객은 "어떻게 세계 최고의 은행이라는 곳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며 "번호표를 뽑은 뒤 한참 기다리게 만들어 헛시간을 보낸 데 대해 보상을 하라"고 큰 소리를 치기도 했다.


○정보 제공 중단으로 외환 위축

외환 딜러들은 로이터 정보단말기가 다운돼 외환 거래를 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현물(스폿) 거래는 전화 등을 통해 주문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았지만 선물 거래 등 일부에서는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로이터는 이날 오후 북미회선을 통해 일부 정보단말기 서비스를 재개했다.

박성완·정인설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