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承信 < 한국소비자보호원 원장 Lchung@cpb.or.kr >

직장인의 즐거움을 이야기하라면 일한 대가(代價)로 상징되는 봉급 받는 재미를 첫손가락에 꼽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한 달 동안 보람차고 치열하게 생활한 사람들의 삶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것도 봉급이다. 봉급은 누가 주는가? 최고경영자(CEO)가 준다고 대답하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맞는 말도 아니다. 봉급은 고객이 준다. 다만 CEO가 주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훌륭한 경영자들은 고객에게 충성하라고 기회 있을 때마다 말한다. 고객에게 충성하는 것이 기업의 존재 이유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고객 없는 기업은 당장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없으면 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한 사실을 아는 기업들은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은 물론 고객의 마음을 잡기 위해 노력한다. 세계화의 진전은 기업을 무한 경쟁 체제로 끌어들였다.

고객을 섬기는 기업이 결국 성공한다. 외국의 위대한 기업들이 그러한 사실을 증명하고도 남는다. 고객을 속이는 기업은 일시적으로 흥할 수는 있지만 결국 망하게 돼 있다.

소비자의 눈은 기업이 생각하는 것보다 예리하다. 더구나 웹 2.0이라는 보통 사람들의 참여형 미디어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이제 소비자는 적극적인 참여자로서 디지털 시대의 주역으로 등장했다.

올해 초 미국 항공사 젯블루의 데이비드 닐만 회장과 도요타자동차 미국 판매 법인 사장인 짐 프레스는 "당신은 항상 고객의 종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를 경영 철학으로 삼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시스코시스템스 CEO인 존 챔버스는 "고객은 항상 행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D넷 공동 창업자인 마크 쿠밴은 "고객이 당신을 소유한 것처럼 고객을 응대하라"고 직원들에게 주문했다. 단위 면적당 최고의 매출을 올려 기네스북에 수록되기도 했던 미국의 전문 소매점 스튜 레오나드의 매장 입구 화강암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규칙1,고객은 항상 옳다.''규칙2,만일 무엇인가가 잘못됐다면 규칙 1을 다시 읽어보라.'

'국민과 함께 하는 소비자 권익 증진 전문기관'인 한국소비자보호원 상담실은 상담과 피해 구제를 요청하는 소비자들로 붐빈다. 하루 수백건,해마다 30여만건의 소비자 상담이 접수된다.

고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기관이나 기업은 어디에도 없다. 특수 공익 법인인 소비자보호원도 예외가 아니다. 고객은 상담과 피해 구제(救濟)를 요청하는 소비자다. 고객 만족도 평가에 따라 성과급이 달라지는 냉엄한 현실을 경험했다.

2007년은 소비자보호법이 소비자기본법으로,한국소비자보호원의 명칭도 한국소비자원으로 거듭나는 의미 있는 해다. 그동안 혁신의 이름으로 고객을 재발견한 필자와 임직원들은 소비자의 행복과 주권 실현을 위해 힘차게 뛸 것을 다짐한다. 왜냐하면 우리의 존재 이유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