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남부를 강타한 지진의 여파로 발생했던 통신 및 금융전산망 마비사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통신망 운영사업자인 KT와 LG데이콤은 한국~대만 간 통신망이 29일 오전까지는 90% 이상 회복될 것이라고 밝혔고,27일 모든 업무가 중단됐던 한국씨티은행 HSBC BOA 등도 업무가 대체로 정상화됐다.

그러나 홍콩 싱가포르 등지와의 통신망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외환시장 등의 기능은 28일에도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았다.


ㅇ…KT와 LG데이콤은 국제전화와 인터넷은 위성과 중국내륙쪽 우회회로를 통해 연결돼 문제가 없는 상태이며 기업용 전용회선도 29일 오전까지 90% 이상 복구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하지만 파손된 해저 케이블망을 연결하는 데는 2~3주가량 걸릴 수 있어 아시아망이 한국만큼 빠르게 회복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KT는 밤샘 복구작업 등을 통해 국제전화 9871회선과 인터넷 33회선을 우회회로로 연결했다.

전용선 92개 회선 중 50개 회선은 이미 우회시켰으며 남은 42개 회선 중 90%를 29일 오전 내로 복구완료키로 했다.

KT 관계자는 "남은 42개 회선 중 23개는 KT의 여유회선으로 고객사와 연관이 없기 때문에 29일 오전이면 사실상 전체 전용회선이 소통된다"고 말했다.

LG데이콤은 26개 전용회선 중 13개를 우회시켰으며 29일 오전 중으로 우회복구율이 80%로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로텔레콤은 4개 회선 중 1개는 우회됐으며 29일까지 모두 회복시킬 계획이다.


ㅇ…한국씨티 HSBC 등 주요 외국계 은행들의 대고객 업무는 대부분 정상화됐다.

그러나 로이터 정보단말기의 복구가 늦어지면서 국내 은행과 홍콩 등 해외은행들 간의 외환 및 국제채권 트레이딩은 계속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씨티은행은 이날 오후 1시15분께 모든 업무가 정상화됐다고 밝혔다.

오전 중에는 해외에서 카드로 현금을 인출하는 서비스가 차질을 빚었지만 이 문제도 오후 들어 해결됐다.

이에 따라 영업점에서는 평소와 다름없이 업무가 진행됐으며 인터넷뱅킹도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HSBC은행도 이날 오전부터 대부분의 업무가 정상적으로 처리됐다고 밝혔다.

HSBC 관계자는 "필리핀을 통한 우회루트를 활용해 어젯밤 늦게부터 업무가 다시 정상 가동되기 시작했다"며 "인터넷뱅킹 속도가 다소 느리지만 곧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ㅇ…전날 일부 아시아 지역 해외지점 업무에 차질을 빚었던 국내은행들도 속속 정상화됐다.

그러나 로이터 단말기가 4시30분께까지 '불통' 상태여서 은행들의 해외트레이딩실은 전화로 주문을 처리하는 등 업무에 차질을 빚었다.

이에 따라 외환딜러들은 대체수단으로 인터넷망을 이용하거나 휴대폰 등을 통해 주문을 냈다.

외환은행 딜링룸의 이상배 차장은 "자체적인 스펙거래(수익을 위한 투기적 거래)는 못하고 고객물량의 헤지거래(위험회피용 거래)만 가까스로 처리해 거래량이 10~20%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ㅇ…대만 강진에 따른 아시아 지역 통신대란은 아시아 지역의 통신시스템 취약성을 그대로 보여준 사건이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이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글로벌 통신 시스템을 취약하게 만든 요인의 하나로 2000년 이후 해저 케이블 투자가 급격히 둔화된 점을 꼽았다.

1990년대 말 인터넷 붐이 일자 각 통신업체들이 해저 케이블 투자에 뛰어들었지만 예상만큼 통신 수요가 폭발하지 않자 다시 신규 투자가 오히려 급감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고 발생시 우회할 수 있는 선로가 부족,세계 곳곳에 통신대란이라는 폭탄이 숨겨져 있다는 분석이다.

고기완·박성완·장규호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