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오너 3세들이 잇따라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사장이 최근 임원인사에서 부회장으로 두 단계 승진한 것을 시작으로 정지선 현대백화점 부회장(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장남),구자균 LS산전 사장(구평회 E1 명예회장 3남) 등이 각각 대표이사를 맡으며 '3세 경영'의 닻을 올렸다.

허세홍 GS칼텍스 상무(허동수 GS칼텍스 회장 장남)와 박세창 금호아시아나 이사(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장남)는 올 연말 임원인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8일에는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딸인 정지이 현대U&I 상무와 조양호 한진그룹의 자녀인 대한항공 조현아 상무보 및 조원태 부장이 오너 3세들의 임원 승진 대열에 가세했다.

이날 상무보로 승진한 조원태 대한항공 자재부 총괄팀장(부장·30)은 조양호 회장의 외아들로,인하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직후인 2003년 8월 한진정보통신 영업기획담당 차장으로 입사했다.

이듬해 10월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 부팀장(차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올 1월 자재부 총괄팀장에 임명됐다.

조 상무보에 대한 그룹 내부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근면하고 책임감이 강한 데다 나이든 사람에 대한 예의도 바르기 때문이다.

남가주대학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덕분에 영어실력이 뛰어나며 정보기술(IT) 분야 전문지식도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기내식 사업본부 부본부장(상무보)에서 상무로 승진한 조현아 상무(32)는 재계의 차세대 '여걸'로 꼽힌다.

1999년 미국 코넬대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대한항공 호텔면세사업본부에 입사한 그는 전공을 살려 주로 기내식과 호텔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항공업무 전반에 대해 해박한 지식과 열정을 바탕으로 점차 업무영역을 넓히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소탈하며 직원들과 잘 어울린다는 평.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 대해 "조 회장 자녀의 승진은 경영 수업의 일환"이라며 "조현아 상무와 조원태 상무보가 각자 맡은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점도 승진인사에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현 회장의 맏딸인 정지이 전무(29)는 지난 3월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U&I 실장(상무)이 된 뒤 9개월 만에 다시 승진했다.

그룹 안팎에서는 현 회장이 딸을 일찌감치 후계자로 삼고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시키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 정 전무는 그동안 현대U&I 실장으로 있으면서도 모친의 행사에 적극 동참하며 사실상 조언자 역할을 해왔다.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를 나온 그는 외국계 광고대행사에서 근무하다 정몽헌 회장이 타계하자 현대상선 경력사원으로 입사해 재정부에서 실무를 익혔으며,현대U&I로 옮겨 현대그룹 전산통합시스템 구축을 기획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