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자들이 사냥감을 찾아내는 포수의 예리한 촉각을 갖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 해를 새로 맞을 때마다 멋진 재테크를 해보겠다는 각오를 다지지만 먹잇감을 고르는 마땅한 잣대가 없어 고민하게 마련.한국경제신문은 증권정보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FnGuide)와 함께 올해 최적의 투자가이드가 될 '2007~2008년 대약진 기업'을 선정했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글로벌경쟁에서 이미 승리했거나 앞으로 승리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었다.

현대미포조선 현대중공업 한진중공업 등 조선주가 대약진 기업 순위에서 나란히 '톱10' 안에 진입한 게 단적인 예다. 국내 조선사들은 이미 세계시장을 장악했고 이 같은 경쟁력이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화인텍(8위)도 마찬가지다.

화인텍은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에 쓰이는 보냉재(초저온 상태를 유지해주는 자재)를 만드는 회사로 조선 경기 호황을 함께 누리고 있다.

2007~2008년에 가장 약진할 것으로 꼽힌 현대오토넷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오토넷은 차량용 오디오와 내비게이션을 만든다.

현대자동차가 글로벌화에 성공할 경우 가장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 중 하나다.

발전 및 담수설비 전문업체인 두산중공업(10위)도 최근 몇 년간 해외에서 적극적인 M&A(인수·합병)와 생산기지 확충을 통해 글로벌 전략에 시동을 건 상태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세계화로 인해 국내외 경기가 융합되고 기업의 경쟁이 세계적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글로벌 경쟁력이 기업의 생존경쟁에서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대적 흐름에 맞는 신(新)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들도 상위권에 올랐다.

대약진 기업 순위에서 2위에 오른 NHN이 대표적이다.

NHN은 국내 인터넷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해외 진출을 꾀하고 있다. 여기에다 핵심 사업인 '지식검색'이 요즘 인터넷 업계의 화두인 '웹2.0'(인터넷 이용자들의 참여와 소통이 중시되는 개념)과 잘 맞아떨어진다는 게 강점이다.

셋톱박스를 만드는 셀런(3위)과 휴맥스(9위),가온미디어(14위)도 인터넷TV(IPTV)가 확산될 것이라는 기대와 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 보급이 확대되고 있는 게 성장의 원동력이다.

하나투어(16위) 웅진코웨이(29위) LG생명과학(30위)도 마찬가지다.

하나투어는 국민소득 증가로 해외 여행이 확대되고 있는 점이,웅진코웨이는 정수기나 비데 제품이 웰빙 트렌드에 부합하는 점이,LG생명과학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이 긍정적이다.

김석규 교보투자신탁운용 사장은 "성장 잠재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차세대를 끌고갈 산업들이 뚜렷하게 가시화되지는 않았지만 그럴 조짐을 보이는 기업들이 각광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에 성공했거나 '보수적 경영'에서 '공격적 경영'으로 전환하는 기업도 약진이 예상됐다.

인천 공장 부지를 아파트 단지로 개발하고 대한생명 지분 확대를 추진 중인 한화(5위)나 구조조정을 통해 디지털 카메라 등 수익원 다변화를 이룬 삼성테크윈(11위)이 이에 해당한다.

올해 증시 전망은 대체로 밝은 편이지만 불안 요인도 도사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영익 대신경제연구소 대표는 "우리 경제의 체질이 개선된 데다 펀드 시장 확대,장기투자 문화 확산 등으로 증시는 중장기적인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에 대한 한국경제의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중국이 공급 과잉에 빠질 경우 국내 기업들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외 부동산 경기의 연착륙 여부,올해 대선에서 뽑힐 신 정부의 경제 정책, 고유가, 환율 등도 눈여겨봐야할 사항으로 꼽혔다.

대약진 기업에 대한 투자결정을 내릴 때는 고려할 사항이 있다.

조사방법상 매출액과 영업이익의 증가율을 중시,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기업들이 높은 순위에 올랐다는 점이다. 또 증권사들이 낸 실적 전망은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기획취재부=김수언·주용석·류시훈 기자 indep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