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사 경영기획실에 근무하는 김 과장.그는 요즘 흐뭇하다.

이달 초 무료로 재무설계(financial planning) 컨설팅을 받고 돈 관리 방식을 완전히 바꿀 수 있었기 때문이다.

월급으로 예·적금 공과금 등을 주먹구구식으로 처리해 나가던 방식에서 벗어나 이젠 자녀교육 내집마련 노후준비 등 체계적인 미래설계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김 과장뿐이 아니다.

직장 동료들도 무료 FP 컨설팅으로 '돈의 노예'가 아니라 '돈의 주인'으로 변신 중이다.

삼양사의 1000여명 임직원들이 재무설계를 통한 미래 준비에 나선 것은 전적으로 회사의 지원 덕분이다.

삼양사는 지난 11월 초 재무설계 컨설팅 전문회사인 IFPK사와 계약을 맺었다.

IFPK가 삼양사의 모든 임직원들에게 개별적인 재무설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약이다.

컨설팅 비용은 전액 회사가 지불하기로 했다.

재무설계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특정 기업의 임직원들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B2B(기업 간) 재무설계'가 뜨고 있다.

FP 전문회사가 기업과 계약을 맺고 전 임직원들에게 FP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이자 기업복지 제도다.

삼양사 외에도 아모레퍼시픽 현대아산병원 현대캐피탈 등이 이 같은 기업 단체 재무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

삼양사는 IFPK와 1년간 계약을 맺고 전 직원을 상대로 재무설계 강의와 1 대 1 상담을 진행 중이다.

현재 40여명이 상담을 마쳤다.

아모레퍼시픽은 파이낸피아와 계약을 체결하고 1차적으로 임원을 상대로 컨설팅을 실시하고 있으며 반응이 좋으면 전 직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재무설계 컨설팅은 그동안 보험사와 은행의 파이낸셜 플래너(FP)들이 특정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개인 고객들에게 부수적으로 제공해온 서비스 가운데 하나였다.

이에 반해 B2B 재무설계는 기업이 비용을 지불하고 해당 업체의 임직원은 별도의 비용 부담 없이 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B2B 재무설계는 FP들이 전체 직원 대상으로 재무설계 강의를 한 뒤 순차적으로 1 대 1 개별 컨설팅에 들어간다.

컨설팅 비용은 각 FP 회사마다 차이가 있고 제공하는 서비스 내용이나 기업과의 협의 등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인당 10만~50만원 수준이다.

기업체들이 이처럼 수억~수십억원의 비용을 들여 직원들에게 재무설계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은 직원의 생산성 향상을 기대해서다.

라의형 포도애셋 대표는 "요즘은 젊은 직장인들조차 내집 마련과 노후 준비 등으로 직장 일에 전념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인생 설계와 함께 재무설계를 통해 가정 경제가 안정되면 회사일도 능률이 오르게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월급을 10% 올려주는 것보다 인생 목적에 맞게 돈을 잘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주는 게 직원들의 사기 진작에 더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직원들은 재무설계를 통해 안정된 가정생활과 직장생활을 할 수 있고,회사는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이며,FP 회사는 안정적인 수수료 수입을 얻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최문희 IFPK 지점장은 "유수 기업들이 임직원의 개인 재무문제에 대해 유료 컨설팅에 투자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동안 공짜로만 여겨졌던 재무설계에 수수료를 지불하는 시장이 본격 형성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독립계 FP들이 가장 고민했던 사항이 재무설계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 부과 문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묵은 난제가 마침내 풀리기 시작한 셈이다.

최 지점장은 "노령화 진전으로 생애 재무설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직원들의 후생복지를 위해 단체 재무컨설팅 계약을 체결하는 기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