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밤 참아낸 여명을 지켜보다

새벽이 천천히 문 여는 소리 들으면

하루의 모든 시작은 기적이로구나.

지난날 나를 지켜준 마지막 별자리,

환해오는 하늘 향해 먼 길 떠날 때

누구는 하고 싶었던 말 다 하고 가리

또 보세,그래,이런 거야,잠시 만나고-

길든 개울물 소리 흐려지는 방향에서

안개의 혼들이 기지개 켜며 깨어나고

작고 여린 무지개 몇 개씩 골라

이 아침의 두 손을 씻어주고 있다.

-마종기 '기적' 전문

어둠을 밀어내고 새벽이 온다.

편안하게 잠들어 있는 식구들이 보인다.

빛을 잃어가는 별들.변함없이 해가 뜨고 수런수런 세상이 움직일 것이다.

적막한 우주 한켠에 먼지보다 작은 점으로 존재하는 지구.그 지구 어딘가에 살아있다는 것,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사랑하고 미워한다는 것,참 대단한 인연이다.

그래서 하루의 모든 시작은 기적이다.

한 해의 시작은 더 큰 기적이다.

그 한 해가 다시 시작됐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