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의 시대가 끝나고 유로화 시대가 왔다?'

1일로 유로화가 출범한 지 7년,일상생활에서 유로화가 사용되기 시작한 지 5년을 맞았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언론들이 '유로화 가치 상승으로 전 세계에서 유통되는 유로화 가치가 달러화를 추월했다'며 '유로화 시대'의 도래를 알렸다.


○유로화,실제로 정착됐나

유로화는 출범 초 미국과 유로권역의 경제규모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최소한 '1달러=1유로'의 등가수준이 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한때 유로당 0.80달러대까지 떨어지면서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유로화 가치는 그 후 서서히 제자리를 찾으면서 지난해 말에는 1.31달러대까지 등가수준을 훨씬 웃돌고 있다.

유로화 유통량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에 따르면 지난해 말 시장에서 거래되는 달러화 환산 유로화 유동액은 7990억달러(6100억유로)로 달러화 유통액인 7590억달러를 상회한 것으로 발표했다.

그만큼 화폐의 본질적인 기능인 거래의 편리성을 충족시키고 있다는 의미다.

ECB의 앤티 하이노넨 통화담당 이사는 "인구 3억1500만명의 유로존 내에서 달러화보다 유로화 사용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더 고무적인 것은 현재 유로화 유통액 가운데 최대 20%가량이 유로존 이외 지역에서 유통될 정도로 빠르게 국제화되고 있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화폐 기능인 가치보유로의 유로화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세계 각국의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유로화 비중은 출범 초 17.9%에서 작년 6월 말에는 25.4%로 뛰었다.

○어떤 영향이 있나

유로화가 정착됨에 따라 유럽 자체적으로는 20세기 초 자유사상가들이 제안했던 '하나의 유럽'이라는 꿈의 실현이 한층 빨라지고 있다.

한때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영국 스웨덴 덴마크가 유로 가입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일부 회원국들의 반대로 중단됐던 유럽통합 헌법에 대한 비준도 연초부터 재개될 태세다.

또 1월1일로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의 가입으로 유럽연합(EU) 회원국 수도 25개국에서 27개국으로 늘어났다.

유로화의 위상 강화는 유럽이 국제금융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되찾는 데도 도움이 되고 있다.

런던국제금융서비스센터(IFSL)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가별 은행대출,외화주식거래,외환거래,장외파생상품거래를 포함한 국제금융거래액이 유로화 출범 초에 비해 무려 300%나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대외적으로는 유럽 이외의 지역에서 공통화폐 도입 논의를 촉진시키고 있다.

지난해 5월에 열렸던 제39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서 한·중·일 3국 재무장관들은 유로화와 같은 아시아 공동통화 도입을 위한 로드맵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향후 유로화 진로는

유로화 강세가 달러화 약세에 따른 반사적 성격도 크지만 대부분 예측기관들은 유로화 위상이 더 강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표적인 중장기 예측기관인 글로벌 인사이트(GI)는 "현재 1.31달러대인 유로화 환율이 2009년에는 1.47달러대까지 상승할 것"이라며 "이 경우 국제통화질서는 달러화와 유로화의 양대 중심통화 시대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중국 위안화가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