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온라인 게임업계는 참으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

사행성 도박장 '바다이야기' 사태로 애먼 게임업계까지 억울한 비난을 받아야 했다.

또 기대를 모았던 대작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3편이 참패를 겪으면서 이렇다 할 게임이 없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11월엔 국제게임쇼 '지스타'가 열렸으나 풀죽은 게임업계를 달래주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렇다면 올해 게임업계는 어떤 모습일까.

'리니지' 등을 서비스하는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가 올 한 해를 내다봤다.


○'게임'은 '도박'이 아니에요

바다이야기 사건이 터졌을 때 "게임회사 다니잖아요. 혹시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죠?"라는 말을 한마디라도 안 들어본 게임업계 종사자는 없을 것이다. 분명 게임과 도박은 엄연히 다른 것인데…. 나도 게임업계 사장이라는 이유로 이해할 수 없는 눈초리를 받아야만 했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게임과 도박이 마구 혼용되고 있다. 사행성과 대가성이 포함되는 것이 도박이며 게임은 엄연한 문화 콘텐츠 산업의 일환이다. 그래서 게임업계는 게임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과의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만 했다. 앞만 보고 달려도 모자라는데….

○다양한 게임들이 나온다

소위 '빅3'라 불렸던 넥슨의 '제라',한빛소프트의 '그라나도에스파다',웹젠의 '썬'이 게임업계와 게이머들의 예상에 못미치는 부진한 성적을 내면서 2006년 주목할 만한 신작이 드물었다. 물론 이들 모두 다 좋은 게임이지만 문제는 게이머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리 변했다는 것이다.

게이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어떤 게임을 좋아하는지를 늘 재빨리 파악해야 한다. 그래서 지난해 스페셜포스,서든어택 등과 같은 총싸움게임(FPS)이 혜성처럼 등장하게 됐다. 게임장르는 항상 변하고 있다. 기존에 인기가 있었던 장르가 앞으로도 순방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제는 게이머들의 입맛을 먼저 바꿀 수 있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게임이 나와야 할 때다. 그래도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많고 다양한 게임들이 쏟아질 전망이다. 특히 국내 온라인게임이 두각을 보이고 있는 MMORPG 시장이 더욱 풍성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야심차게 선보이는 '아이온'을 비롯해 스타크래프트,디아블로 시리즈를 만든 주역들이 탄생시킨 플래그십스튜디오의 '헬게이트:런던''던전 앤 드래곤 온라인(DDO)',블리자드코리아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확장팩(WOW)',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의 '창천' 등이 사용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또 깜찍하고 아기자기한 캐주얼게임들 역시 초등학생 등의 어린 연령층과 그동안 게임과 그다지 친하지 않았던 여성,중장년층 등을 공략할 예정이다. 지난해 인기몰이를 했던 총싸움게임 역시 더 세분화되고 진화된 형태로 시장에 선보일 준비가 돼 있다.

게임 장르의 퓨전화 역시 주목해야 하는 트렌드 중 하나다. RPG,FPS,스포츠,캐주얼 등 기존에는 이거다 하고 선을 그을 정도로 명확했던 장르가 서로의 장점을 취해가면서 점점 그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올해는 여러 장르가 섞인 보다 많은 게임이 여러분을 찾아갈 것이다.

○외국게임 기세 강하다

온라인게임업계에서는 일본과 중국의 기세가 무섭다. 최근 몇 년간 중국게임이 선전하게 된 배경에는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펼친 자국게임에 대한 육성책이 버티고 있었다. 국가의 뒷받침이 있었다는 얘기다. 일본의 경우 전통적으로 창작이란 것에 대해 사회적으로 존중해주는 분위기다.

온라인게임의 종주국이라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게임업계 종사자들의 마음이 바쁘다. 우리나라는 중국처럼 정부가 나서서 게임을 육성하지 않는다.

또 올해는 비디오게임시장이 더욱 웅성거릴 전망이다. 소니의 차세대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3가 나오는 데다 일본의 비디오게임기회사 닌텐도가 한국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아직 전체 게임시장에서 비디오게임의 비중은 그리 큰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온라인과 비디오,모바일 등 게임 환경(플랫폼)을 넘나드는 '크로스 플랫폼' 움직임 역시 2007년에는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디오게임용으로 동시 개발 중인 온라인게임들이 속속 늘어나는 추세다. 온라인게임이 다양한 환경에서도 계속 경쟁력을 가지려면 더욱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게임은 '직접 참여하는 영화'

엔씨소프트 회사명은 '다음 세상의 영화(Next Cinema)'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영화가 관객들이 수동적으로 앉아서 보는 것에 그친다면 온라인게임은 사용자가 직접 나서서 다양한 방법으로 참여하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새로운 개념의 영화라고 정의했기 때문이다.

'리니지2'를 내놓을 때 영화와 같은 그래픽을 구현하게 됐고 게이머가 직접 참여해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 수 있게 했다. '이게 바로 다음 세상의 영화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엔씨소프트가 곧 내놓게 될 아이온은 몬스터 캐릭터가 인공지능(AI)을 통해 게임에 개입한다.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엔씨소프트가 생긴 지 올해로 벌써 10년째다. 아직 걸음마를 뗀 단계인 게임산업에 비한다면 '큰형님'이라고 할 수 있다. 엔씨소프트를 '창의'를 존중받는 회사로 키우고 싶다.